재판부는 “김 전 총재는 원로 정치인으로서 투명한 정치를 위해 앞장서야 함에도 직접 채권을 받았고 금액이 커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먼저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받은 돈을 개인적 이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은 점, 나이가 많고 건강이 안 좋은 점 등을 고려해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김 전 총재는 2002년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삼성그룹으로부터 15억4000만원의 국민주택채권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16일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5억4000만원을 구형받았다.
재판부는 또 2001년 5월 롯데쇼핑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김원길(金元吉) 전 한나라당 의원에 대해서는 이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남기춘·南基春)는 200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SK 등으로부터 10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를 25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대표는 2002년 2∼6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손길승(孫吉丞) SK그룹 회장에게서 세 차례에 걸쳐 4억원을, 같은 해 4월에는 민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과 관련해 하이테크하우징 박모 대표에게서 6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검찰 관계자는 “한 대표가 혐의 사실을 일부 부인해 영장을 청구했었는데 보완 수사로 추가 증거를 확보했다”며 “당내 경선과 관련해 불법자금을 받은 정치인을 구속한 전례가 없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해 집행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1월 한 대표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려 했지만 한 대표가 민주당사에서 지지자들과 농성을 벌이며 응하지 않아 실패했다. 한편 대검은 민주당이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을 고발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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