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조무제·趙武濟 대법관)는 1999년 여중생을 폭행하고, 다른 여중생에게 욕설을 해 폭행 및 모욕 혐의로 기소된 체육교사 박모씨(47)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5일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교사의 체벌이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없는 사례로 △학생에게 체벌의 교육적 의미를 알리지 않은 채 지도교사의 감정에서 비롯된 지도행위 △다른 사람이 없는 곳에서 지도할 수 있음에도 낯선 사람들이 있는 데서 공개적으로 체벌·모욕을 가하는 행위 등을 들었다. 대법원은 또 △학생의 신체나 정신건강에 위험한 물건, 교사가 신체를 이용해 부상의 위험성이 있는 부위를 때리는 행위 △학생의 성별·연령·개인 사정에 따라 견디기 어려운 모욕감을 준 행위 등을 ‘사회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체벌 행위’로 제시했다. 대법원은 “교사와 학생의 인식, 인적·물적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라 학생의 징계, 지도에 관한 규정도 달라진 만큼 초중등학교에서의 징계·지도에 관한 법적규율도 그러한 사정을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체벌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들=체벌은 학생이 안정된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적법성이 인정되며, 체벌도구가 학생의 신체에 비해 너무 크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을 두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의 허벅지를 길이 50cm, 직경 3cm의 나무지휘봉으로 때린 교사에게 대법원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체벌은 다른 교육수단으로 교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경우에 한정돼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체벌과정에 교사의 감정이 개입됐다는 정황이 있을 경우 체벌의 적법성은 인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동기 방법 신체부위 등에서 모두 이 같은 기준을 지켰더라도 전치 6주 이상 상처를 입혔을 경우 법원은 체벌이 아닌 폭력으로 판단한다.
▽관련기관 및 단체 입장=김영윤 교육인적자원부 학교정책과장은 “교육부는 원칙적으로 체벌을 금지하고 교육상 불가피한 경우의 체벌 조항은 교사 학부모 학생 등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의 민주적 합의를 통해 체벌대상이 되는 사안과 체벌의 범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체벌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교육현장의 특수성을 생각해서 학교단위의 구성원들의 논의를 거쳐 자율적인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송원재 대변인은 “체벌에 대해 명확한 선을 그었다는 점에선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 “현장의 모든 교사들이 교육적으로도 체벌 자체는 큰 효과가 없다는 점을 직시하고 법률을 넘어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께하는 교육시민 김정명신 대표는 “체벌은 훈육의 방법이 아닌 폭력문화의 한 단면인 만큼 이 일을 계기로 체벌의 부당성은 공론화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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