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회장 징역3년-벌금 400억 선고유예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16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이현승·李炫昇)는 28일 계열사 부당지원, 불법 정치자금 제공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손길승(孫吉丞·사진) 전 SK그룹 회장에 대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벌금 400억원을 선고 유예했다. SK해운에 대해서는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손 전 회장은 SK그룹 최고경영자로서 부실한 계열사에 거액을 빌려 주고 무모한 선물투자로 SK해운과 주주 등에게 피해를 주었으며 이것을 감추려고 회계를 분식해 법인세를 포탈한 점,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점이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자금대여 등은 IMF경제위기 상황에서 그룹 전체를 위한 행위였고 분식회계도 법인세를 포탈할 목적은 아니었던 점, 정치자금 제공은 정치인들의 요구에 의한 것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유예된 벌금 400억원의 선고 효력이 발생할 경우 ‘벌금 미납시 1일 노역 대가를 1억원’으로 계산했다. 이 같은 금액은 국내 최고기록. 선고유예 기간 중 자격정지 이상의 형이 확정되거나 전과가 발견되면 재판부는 유예된 형의 효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법원은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이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피고인마다 1일 수입액을 산정해 이를 기준으로 노역장 유치 기간을 명하고 있으며 통상 하루 수입액은 4만원가량에서 수십만원까지 다양하게 산정되고 있다.

손 전 회장은 1998년 4월부터 2002년 8월까지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 않고 SK해운에서 7884억원을 인출해 선물투자에 사용하고, 계열사인 ㈜아상에 SK해운 자금 2492억원을 부당 지원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로 1월 구속 기소돼 이달 14일 징역 5년에 벌금 787억원을 구형받았다.

한편 재판부는 선고 뒤 손 전 회장에게 이례적으로 “기록과 제반 상황을 검토해 심사숙고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렸다고 생각한다”며 “더운 날씨에 건강에 유의하라”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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