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협상 지지부진=유족은 국가가 재외국민에 대해 보호의무를 다하지 못한 만큼 정부측에 적정한 보상금 지급과 함께 김씨의 국립묘지 안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측은 이 같은 요구에 모두 난색을 표하고 있다.
28일 오전 행정자치부와 외교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김씨 유족에 대한 보상 문제를 놓고 실무협의를 벌였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김씨의 사망과 관련해 정부의 ‘법적’ 책임은 없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정부의 명백한 잘못이 밝혀지지 않는 한 정부가 김씨 유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것.
그러나 국민정서와 김씨 유족의 슬픔을 감안해 김씨가 소속했던 가나무역을 대신해 유족과 보상 및 장례절차 등을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가나무역을 대신해 보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서는 가나무역의 위임장이 필요하다. 위임장 없이 보상에 임했다가는 보상금 지급 후 가나무역을 상대로 구상권(求償權)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교부 채널을 통해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귀국을 종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오무전기 사건이나 대구지하철 화재 등 대형 참사시 모두 해당 업체 또는 위임장을 받은 지방자치단체가 유족과 보상 문제를 협의했다”며 “김씨 사건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유족측에서 현재 3억∼6억원가량의 보상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어쨌든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보상금과 별도로 위로금을 지급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으나 위로금 지급과 관련해 법적 근거 및 절차 등이 없어 부심하고 있다.
▽국립묘지 안장=국립묘지령에는 현역군인과 소집 중인 군인 및 군무원, 전투 중 전사한 향토예비군과 경찰 등으로 안장 대상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사회적 공로가 현저한 사망자의 경우 국방부 장관의 제청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지정하면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김씨의 경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국방부의 입장.
특히 지난해 남극 세종기지 조난사고로 사망한 전재규 대원이나 이라크에서 괴한의 총격으로 숨진 오무전기 근로자 2명도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 전례가 있다.
이재명기자 egija@donga.com
부산=석동빈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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