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파병 철회, 총파업 명분 안 된다

  • 입력 2004년 6월 28일 18시 51분


민주노총이 다음달 7일까지로 정한 ‘이라크 파병 철회 총력투쟁 주간’에는 자동차 4사를 비롯해 금속, 서비스, 화학섬유, 공공연맹의 줄파업이 예고돼 있다. 민주노총 산하 노조원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총파업이 어려운 경제에 더욱 부담을 줄 것 같아 걱정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외교자주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이라크 파병 철회를 총력투쟁의 전면에 내걸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내세우는 총파업 명분은 노동운동의 본령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조합은 어디까지나 노동자의 단결을 통해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및 근로자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다. 이라크 파병 반대가 민주노총 조합원들의 결집된 의사라면 민주노총의 지원을 받아 국회에 진출한 민주노동당이나 뜻을 같이하는 시민단체에 맡기면 된다.

자동차노조가 요구하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제 근무, 사회공헌기금 조성, 노동자의 경영참여 같은 문제는 일개 사업장의 노사협상 테이블에서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대부분 요구사항이 기업 실정에 비추어 들어주기 어렵거나 경제 논리와 배치된다. 논의의 의제로 삼더라도 정부와 경제계를 포함하는 국가경제의 큰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문제다.

민주노총과 산하연맹이 노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정치사회적 거대담론을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어 과연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노동계는 하투(夏鬪)를 통해 무엇을 얻자는 것인지, 그리고 과격한 투쟁의 결과로 무엇을 잃게 될 것인지를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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