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폐기물은 사람에게 질병을 옮길 위험이 있기 때문에 전문업체가 반드시 전용 용기에 담아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 당국이 사실상 단속하지 않는 허점을 틈타 감염성 폐기물이 여기저기 널려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방치된 감염성 폐기물=본보 취재팀은 24, 25일 서울 강남과 구로지역에서 병원이 있는 상가 5곳의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직접 뒤져봤다. 그 결과 상가 3곳의 쓰레기봉투에서 감염성 폐기물이 발견됐다.
서울 구로지역 한 상가의 쓰레기봉투에서는 피 묻은 붕대가 발견됐다. 다른 상가 두 곳에서도 고름처럼 보이는 액체가 묻은 거즈와 핏빛이 비치는 약솜 등이 발견됐다.
지난달 말 경기 시흥시에서 주사기, 피 묻은 약솜, 검사용 혈액튜브 등 감염성 폐기물이 가득 담긴 흰색 포대가 도로 옆에 버려져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시에 신고하기도 했다.
▽말뿐인 단속 강화=환경부는 일반 병원은 물론이고 소년원이나 군부대 의무실도 감염성 폐기물을 규정대로 처리하도록 하고 폐기물 처리 및 분쇄 기준을 강화한다고 29일 밝혔다.
하지만 실제 위법 행위에 대한 단속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어 규정 강화는 탁상행정인 셈이다.
현재 대형병원에 대해서는 지방환경청이, 소형병원에 대해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단속을 맡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에 각 지방자치단체는 4만곳이 넘는 단속 대상 업소 가운데 8102곳을 점검해 고작 91개소(1.1%)의 위반 사실을 적발하는 데 그쳤다. 지난달 서울시는 431개 병원을 단속해 18개 병원의 위법 사실을 적발했다. 적발 사례는 폐기물 보관 용기의 기록 부실, 폐기물 전용 용기 미사용 등 가벼운 것들이었다. 지방자치단체는 감염성 폐기물을 일반 쓰레기처럼 버리는 병원을 거의 적발하지 않아 적발률이 사실상 0%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감염성 폐기물을 방치하는 병원을 적발하려면 일반 쓰레기봉투를 뒤지는 식의 적극적인 단속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서울시의 경우 구마다 단속 대상 업소는 평균 400개를 웃돌지만 단속 인력도 적은 데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지 않아 실효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 홍수열 유해폐기물관리팀장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속 인력을 늘리고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등 지속적이고 강력한 단속 의지를 보여야만 동네 병원의 감염성 폐기물 방치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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