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의도 뭔지…” 부글부글 끓는 검찰

  • 입력 2004년 6월 29일 18시 53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가진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비처) 신설이 현실화되자 검찰은 허탈감에 빠졌다.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의 공비처 신설안 가운데 검찰의 입장이 반영된 것은 검찰의 기소권 유지가 유일하다.

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에 검찰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사정기구(공비처)를 두려는 대통령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법관 및 검사가 공비처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공비처가 ‘검찰 길들이기용’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검찰청=검찰과 공비처가 수사 경합을 벌이면 ‘먼저 수사한 기관’ 또는 ‘주요 피의자 수사기관’이 해당 사건에 우선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 부방위안이다. 이렇게 되면 두 기관의 치열한 수사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고위 공직자 수는 한정되어 있어 공직자 사정과정에서 검찰과 공비처가 반드시 부딪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은 공비처가 주어진 권한과 방대한 수사대상에 걸맞은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공비처가 과연 수사에 필요한 노하우를 갖춰 출범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찰 길들이기용?=부방위안은 공비처의 수사 대상을 정치인과 장·차관급 등 고위 공직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대상 공직자는 4500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검사와 법관이 절반을 넘는 3000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자신들이 공비처의 1차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부방위는 지난해 몇몇 검사를 비리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 중견 검사는 “검사 비리 조사처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지나친 권한=검찰 내부에서는 공비처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방위 산하에 설치되면 3권 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다.

부방위는 공비처장을 인사청문회와 탄핵대상으로 삼으면 공비처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검찰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과연 대통령 직속기관이 대통령의 수사 관여를 배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망=공비처를 신설하려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공비처의 모습을 뒤바꿀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공비처에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25일 당정협의 때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공비처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쟁점별 의견 비교
쟁점부패방지위원회열린우리당검찰참여연대
조사권한수사권만 부여, 기소권 없음 기소권 및 수사권 부여조사권만 부여기소권 및 수사권 부여
검찰의 불기소 대비 장치재정신청권 부여상설특검식으로 운영-재정신청권 부여
독립성 확보 장치처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처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대통령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기구로 신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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