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대선자금 수사로 검찰의 독립성이 어느 정도 회복된 시점에 검찰과 다름없는 또 하나의 사정기구(공비처)를 두려는 대통령의 의도가 의심스럽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법관 및 검사가 공비처의 수사 대상이라는 점에서 검찰은 공비처가 ‘검찰 길들이기용’이란 의혹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또 하나의 검찰청=검찰과 공비처가 수사 경합을 벌이면 ‘먼저 수사한 기관’ 또는 ‘주요 피의자 수사기관’이 해당 사건에 우선권을 갖도록 하자는 것이 부방위안이다. 이렇게 되면 두 기관의 치열한 수사 경쟁이 불가피해진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고위 공직자 수는 한정되어 있어 공직자 사정과정에서 검찰과 공비처가 반드시 부딪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검찰은 공비처가 주어진 권한과 방대한 수사대상에 걸맞은 능력을 갖출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공비처가 과연 수사에 필요한 노하우를 갖춰 출범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검찰 길들이기용?=부방위안은 공비처의 수사 대상을 정치인과 장·차관급 등 고위 공직자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수사대상 공직자는 4500명가량인데 이 가운데 검사와 법관이 절반을 넘는 3000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검찰은 자신들이 공비처의 1차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부방위는 지난해 몇몇 검사를 비리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한 중견 검사는 “검사 비리 조사처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지나친 권한=검찰 내부에서는 공비처가 대통령 직속기구인 부방위 산하에 설치되면 3권 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돌고 있다.
부방위는 공비처장을 인사청문회와 탄핵대상으로 삼으면 공비처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고 설명하지만 검찰은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반응이다.
대검의 한 검사는 “과연 대통령 직속기관이 대통령의 수사 관여를 배제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전망=공비처를 신설하려면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해야 한다. 따라서 입법기관인 국회가 공비처의 모습을 뒤바꿀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는 공비처에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자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 25일 당정협의 때 기소권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국회에서도 공비처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쟁점별 의견 비교 | ||||
쟁점 | 부패방지위원회 | 열린우리당 | 검찰 | 참여연대 |
조사권한 | 수사권만 부여, 기소권 없음 | 기소권 및 수사권 부여 | 조사권만 부여 | 기소권 및 수사권 부여 |
검찰의 불기소 대비 장치 | 재정신청권 부여 | 상설특검식으로 운영 | - | 재정신청권 부여 |
독립성 확보 장치 | 처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 처장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 실시 | - | 대통령 소속이 아닌 독립적인 기구로 신설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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