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신안군 안좌면 섬마을에 사는 이금배씨(59)는 B형 간염 보균자로 앓아 오던 간염이 악화되면서 간경화로 발전했다.
이씨는 그동안 약물치료를 위해 한 달에 1, 2회씩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간 뒤 목포에서 또 서울 원자력병원까지 오가며 치료를 받아 왔다.
10여년간 어렵게 치료를 계속 받았으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니 늦기 전에 간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는 의료진의 권유를 받고 지난해 7월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간을 이식해 주려던 부인 노순자씨(51)는 이 소식을 최근까지 두 아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노씨는 “아들들 몰래 혈액 및 조직 검사를 받았지만 간이식 수술에 적합하지 않다는 판정이 나왔다”며 “부담을 줄 것 같아 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사실대로 알리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말을 들은 둘째아들 경진씨(25)는 형 중수씨(28)에게 따로 알리지 않은 채 혼자 검사를 받았지만 간의 크기가 작아 이식수술이 힘들다는 얘기를 듣고 결국 형에게 수술 소식을 알린 뒤 형제가 함께 나란히 수술대에 오르기로 했다.
경진씨는 “두 달간 무급휴직을 신청했다”며 “수술을 하더라도 이후 금전적 문제에서 부모님께 큰 도움을 드릴 수 없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노씨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고 집과 남은 논밭을 팔아 8000만원에 이르는 수술비용을 어렵게 마련했다고 밝혔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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