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知事 입맛따라 공무원 ‘오락가락’

  • 입력 2004년 6월 29일 21시 23분


“공무원이 옳고 그른 일을 판단해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달라.”

최근 경남도의회에서 권민호(權民鎬) 의원이 도의회의 의결을 뒤엎고 경남도가 F3(포뮬러 쓰리) 국제자동차 대회 재계약을 포기하려는 것과 관련해 질의를 벌인 뒤 김태호(金台鎬) 도지사에게 주문한 말이다.

그는 “전문성도 있고 우수한 공무원들의 능력이 사장되고 수동적으로 바뀌는데 서글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권 의원이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F3 재계약의 찬반과 별개로 그동안 경남도가 내놨던 자동차대회 관련 문건과 김 지사 당선 이후 180도 달라진 태도를 보면 그의 지적에 수긍이 간다.

‘전 세계 10억명이 시청했으며 5만여명이 창원을 찾아 100억원에 이르는 경제 파급효과를 거뒀다.’(1999년 11월 28일)

‘50년 전통의 마카오 대회보다 관람객이 많았고, 전국에서 F3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2003년 11월 25일 5회 대회 결산자료)

경남도는 지난 5년간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 대회의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4월 도의회에 F3 재계약 승인 신청을 하면서도 일관되게 이런 입장을 폈다.

당시 의원들을 설득해 재계약 승인을 이끌어 냈던 경남도 공무원들은 두 달도 안돼 정반대의 주장을 들이댔다.

‘관광객이 적고 창원시의회와 경주장 인근 주민들의 반대가 많다.’(6월 15일 도지사 업무보고 자료)

얼마 전까지의 통계와 판단에 이상이 없었다면 지금 경남도 공무원들은 거짓말로 새 도지사의 입맛에 맞추고 있는 셈이다. 그 반대라면 엉터리 자료와 분석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을 속였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전 지사의 ‘독단’으로 시작된 자동차 대회는, 후임 지사의 ‘의지’에 따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공산이 커졌다.

아무튼 이번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지 않으면 도지사 생각대로 도정이 출렁대는 악순환을 막기 어렵다.

공무원들은 “인사권자의 의사에 반하는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의사소통은 단체장의 열린 마음이 있을 때 가능해진다.

김 지사는 권 의원 지적처럼 공무원이 소신껏 일하고 직언하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써야 한다. ‘듣기 싫은 소리가 행동에 이롭다(忠言逆耳利於行)’고 했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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