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활동중인 정선휘(鄭羨煇·38)씨는 ‘개발’의 깃발아래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일상을 화폭에 담아 온 청년작가. 그도 한때 사람과 차량들로 넘실대는 도심 풍경을 즐겨 그렸지만 그동안 야트막한 벌거숭이언덕인 수박등과 경전선(慶全線) 도심철도 폐선부지, 광주천을 거쳐 염주마을에 이르기까지 ‘광주의 풍경’에 눈길을 떼지 않고 있다.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광주신세계갤러리에서 개최중인 개인전 ‘염주마을’전은 그가 3년동안 살면서 기록해 온 ‘한 자연마을의 쇠락사’라고 부를 만 하다. 그가 지금은 서구 화정2동으로 원래의 이름 ‘염주동’ 마저 잃어버린 이 마을을 주목한 것은 드물게 수백년 넘도록 그 형태를 유지해 온데다 아파트와는 다른 공동체의 따스함이 남아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380년 넘었다는 당산나무를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집들이 들어섰던 이 마을은 주변에 염주종합체육관 월드컵경기장과 화정 풍암 금호지구 등 대단위 택지가 개발되면서 그 모양새를 잃어가고 있다.
그는 “아파트와 상가에 포위된 염주마을은 그야말로 도시속의 섬이 되고 말았다”며 “불과 몇 년 만에 허물어지는 마을의 역사를 카메라와 화폭에나마 담아 기록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나팔꽃 강아지풀 돈나물 괭이밥 등 들꽃 80가지를 유리병에 그려 벽면에 전시한 설치작품 ‘염주마을 자생식물’을 접하고 보면 그의 유별난 ‘마을사랑’을 실감할 수 있다. 그는 “요즘 광주 ‘문화수도’ 논란이 한창인데 과연 외지인들에게 차별화된 무엇을 광주만의 문화로 보여 줄 것인 지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권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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