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여성 3명 가운데 1명은 결혼에 대해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 남성보다 훨씬 자유로운 결혼관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9급 공무원 채용에서 여성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서 ‘우먼파워’를 여실히 보여줬다.
하지만 여성 취업자의 약 60%는 한 직장에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강간 범죄는 한 해 동안 36.5%나 늘어 여성의 직업 안정성과 사회적 보호는 더욱 취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은 30일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내놓았다.
▽달라진 결혼관=2003년 결혼한 부부 중 여성과 남성이 모두 재혼인 비율은 12.6%. 1년 전보다는 1%포인트, 1990년과 비교하면 7.9%포인트 늘었다.
또 이혼한 여성이 총각과 결혼한 비중은 1년 전보다 0.2%포인트 증가한 5.8%로 여성의 이혼과 재혼이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누나 같은 부인’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동갑이거나 여성이 나이가 더 많은 부부는 전체 신혼부부의 26.4%에 달했다.
결혼에 대한 의식도 달라져 2002년 여성의 34.1%는 결혼에 대해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응답했다. 이는 98년 28.9%에 비해 5.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또 이 기간에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30.5%에서 21.9%로 줄었다.
반면 남성의 29.5%는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19.9%는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이혼에 대해서는 여성의 37.6%가 ‘경우에 따라 할 수 있다’고 응답해 남성의 27.8%보다 많았다.
▽여성의 사회진출 활발=지난해 전문직이나 관리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154만1000명으로 10년 전보다 75.3%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여성 취업자 가운데 전문·관리직 비율은 이 기간에 11.0%에서 16.9%로 높아졌다.
직종별로는 초등학교 평교사 가운데 여성 비율이 79.1%, 초등학교 교장은 7.0%, 대학교수 13.0%, 대학총장 10.8%, 의사 18.4%, 치과의사 21.6%, 한의사 11.9%로 조사됐다.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는 공무원 채용시험에서 뚜렷이 나타나 2002년 9급 행정직과 공안직 합격자 가운데 여성은 2001년보다 11.4%포인트 증가한 50.9%에 달했다.
행정고시에서도 여성의 비율은 28.4%, 사법시험은 23.9%로 95년보다 각각 18.0%포인트, 15.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활발해진 사회 진출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입지는 여전히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한 직장에서 2년 미만 근무한 여성 근로자는 59.9%로 남성보다 15.6%포인트 높았다.
이는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근무하는 여성들이 많을 뿐 아니라 임신·육아 등으로 인한 퇴직 압력도 높음을 의미한다.
▽불안한 ‘여성 치안’=2002년 강력범죄는 2001년보다 14.5% 줄었지만 여성을 상대로 한 강간은 9435건으로 36.5%나 늘었다.
이를 반영하듯 밤에 길을 걷다 ‘두려운 곳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은 58.8%로 97년보다 3.1%포인트 증가했다.
또 장난이나 협박 등의 전화를 받아본 경험이 있는 비율은 30.8%로 97년(29.6%)보다 1.2%포인트 늘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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