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군 법성포에서 굴비가게를 운영하는 김병만(金炳萬·54)씨는 국내 최고의 그네꾼이다.
김씨는 지난달 22일 법성포 단오제에서 수천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랜만에 그네를 탔다. 전국 그네타기 대회의 심사위원장을 맡아 그네를 탈 입장이 아니었지만 그의 솜씨를 알고 있는 관중들이 이름을 연호한 탓이었다.
당시 그가 한복차림으로 오색 끈을 잡고 하늘 높이 치솟아 한 마리 학이 비상하는 듯한 모습을 선보이자 관중들은 “역시 타고난 그네꾼”이라며 탄성을 쏟아냈다.
그의 30년 ‘그네인생’에서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어릴 적부터 단오제가 열린 법성포 숲쟁이 공원에서 느티나무 가지에 새끼줄로 그네를 만들어 탔던 그는 1974년 그네뛰기 행사 중 발생한 인명사고로 단오제가 중단되자 10여년동안 그네를 손에서 놓았다.
“그 때가 인생에서 가장 가슴 아팠던 시절이었습니다. 면민들이 단오제의 옛 명성을 되찾자며 지역축제로 부활시킨 이후에야 그네를 다시 탔습니다.”
그는 86년부터 매년 열리는 그네뛰기 대회에서 10번이나 우승했다. 솜씨를 견줄 사람이 없어 다른 주민들에게 몇 차례 상을 양보하기도 했다. 그네를 타면서 끈에 링을 감아 360도 공중 회전하는 묘기는 그만이 할 수 있는 고난도 기술.
“그네타기는 한마디로 스포츠입니다. 체력과 기술, 호흡의 3박자가 어우러지지 않으면 제대로 타기 어렵죠.”
이번 단오제 때 그네타기를 전국 규모대회로 만든 그는 그네 발판에 끈을 매달아 높이를 측정하는 등 그네대회 규칙과 방법을 새로 정하는 등 그네타기 활성화에도 나서고 있다.
그네타기라면 누구와도 겨뤄보고 싶다는 그에게는 모두 12명의 제자가 있다.
영광군 홍농읍 김행순씨(47)는 “그네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 예술의 경지를 느낀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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