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오세정/재난(災難) 예보

  • 입력 2004년 7월 4일 18시 39분


주말 내내 온 국민을 긴장시켰던 제7호 태풍 ‘민들레’와 그에 따른 호우는 다행히 커다란 피해를 주지 않고 끝나 가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침수와 가옥 파손 등 일부 피해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이 정도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던 것은 기상전문가들의 정확한 예보와 이를 토대로 위험에 대비했던 공무원과 국민의 노력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닥쳐오는 재난에 대한 예보는 사전에 대비할 시간을 줌으로써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天災地變)뿐만 아니라 인류 자신이 만드는 재앙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의 경고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어 1972년 로마클럽은 ‘성장의 한계’라는 책을 발간해 폭발적인 인구 증가와 무분별한 물질문명의 발달이 전 지구적인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를 일으켜 21세기 중반에는 인류가 심각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 책은 그 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지속 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을 발전시키는 토대가 됐다.

▷물론 최근에는 이러한 환경위기론이 지나치게 과장돼 있으며, 연구비를 필요로 하는 일부 과학자들과 대중 동원을 위한 구호가 절실했던 환경운동가, 그리고 끊임없이 새로운 뉴스를 추구하는 언론의 합작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환경위기론자들이 즐겨 인용하는 일부 통계는 왜곡돼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전 지구적인 환경 위기에 대해 전문가들이 일찍이 경고했기에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눈을 뜨고 환경보전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요즘 우리 경제가 위기니 아니니 하며 민간 학자들과 정부 당국자들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물론 일부 학자들의 주장에 과장된 점도 있을 수 있고, 나름대로 노력하는 정부로서는 야속한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학자들의 저의(底意)를 의심하며 공격하기보다, 조기 경보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만일의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 국민의 세금으로 생활하는 공직자들의 도리가 아닐까.

오세정 객원논설위원·서울대 교수·물리학

sjoh@plaza.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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