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노영보·盧榮保)는 5일 안기부 예산을 횡령한 혐의(국고손실 등)로 기소된 강삼재(姜三載) 전 한나라당 의원과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두 사람 모두 유죄 선고된 1심이 뒤집힌 것.
재판부는 다만 강 전 의원이 자금세탁 대가로 금융기관 직원에게 준 2억원 중 1억67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로 인정해 강 전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이 안기부 관리 계좌에서 1197억원을 국고 수표로 인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돈 가운데에는 외부 자금 등이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김 전 차장이 안기부 예산을 횡령해 국고손실죄를 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의 횡령죄가 구성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강 전 의원의 죄 역시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모두 2092개의 안기부 관리계좌에 대한 입출금 내용 조사 결과 예년의 경우에는 150억원 증가(1994년)에서 642억원 감소(1995년) 사이의 수준을 유지했으나 유독 1993년에만 안기부 관리계좌 잔액이 약 1293억원이나 증가했다”며 “이를 이자 등으로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안기부 계좌에 다른 자금이 입금된 적이 없다’는 검찰 공소의 전제는 도저히 유지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이 ‘내가 강 전 의원에게 직접 돈을 줬다’고 주장하는 것은 김 전 대통령의 관련 사실을 숨기려는 의도”라고 지적해 문제의 돈이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라는 강 전 의원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했다.
검찰은 “법원의 판단에 오류가 많다”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전 대통령측은 “사태추이를 보아가며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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