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지원 받는 학생들 방학땐 어쩌나

  • 입력 2004년 7월 5일 18시 27분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가운데 급식비를 내지 못해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학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방학 동안에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으로 점심식사를 제공받는 학생이 10분의 1로 크게 줄어 많은 학생이 끼니를 거를 것으로 보인다.》

▽결식 학생 급증=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결식 학생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늘어난 7만3333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모두 학교에서 제공하는 단체급식을 받고 있다.

특히 결식 중학생은 2003년 2·4분기 1만6303명에서 올 2·4분기 2만172명으로 24%나 늘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결식 초등학생은 12%, 결식 고등학생은 18% 늘었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불황의 장기화로 실직하는 학부모가 늘어나면서 결식 학생도 급증하고 있는 추세”라며 “서울 강남지역도 예외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회복지단체인 ‘부스러기 사랑 나눔회’의 이경림 사무국장은 “서울에서 결식 학생이 늘면 지방은 더 심할 것”이라며 “미취학아동을 포함하면 굶는 아이들은 통계치의 최소 2배 이상일 것이다”고 말했다.

▽“방학에는 어쩌라고”=복지부는 결식 학생 가운데 일부에게만 점심식사를 제공할 계획이어서 대다수 결식 학생은 배고픈 방학을 맞을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전국 일선 학교에서 학기 중 점심식사를 무료로 제공받는 학생은 6월 말 현재 30여만명이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들 학생 가운데 각급 학교가 추천한 3만5000여명에 대해서만 방학기간 중 쿠폰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점심식사를 제공할 계획이다. 결국 나머지 26만5000여명은 방학 동안에 점심식사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절대빈곤층 학생에겐 모두 점심식사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도사회복지대 이태수(李兌洙·사회복지학) 교수는 “절대빈곤층이 아니더라도 많은 가난한 학생들이 방학에는 굶을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한 끼에 한 사람당 2000원인 급식비를 현실화해야 하며 민간단체도 결식 학생에 대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청에서 지급하는 식권을 들고 인근 식당이나 복지관을 찾아가게 하는 현재의 급식 방법이 아이들에게 ‘밥을 얻어먹는 아이’라는 수치심을 유발하게 하고 있어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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