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풍(安風) 사건’ 항소심 재판부는 5일 선고공판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재판부는 이날 비자금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명확히 결론내리지 않았지만 ‘도마뱀 꼬리 자르기’란 비유로 이 자금이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비자금’이라는 분위기를 짙게 풍겼다.
재판부는 김기섭(金己燮) 전 안기부 운영차장이 도마뱀 몸통격인 김 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격인 자신을 스스로 잘라낸 것으로 보는 듯하다. 김 전 차장은 “독자적인 판단으로 한나라당에 선거자금을 지원했고 강삼재(姜三載) 전 의원에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 전 차장의 주장에 대해 “궁극적으로 김 전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진술”이라며 “이는 ‘손이 하는 일을 머리는 모르고 있었다’는 말과 같다”고 꼬집었다.
재판부가 김 전 대통령을 ‘재임 중 다른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거나 준 적이 없다는 불출석 사유서만을 제출하면서 법원의 소환에 불응한 사람’으로 표현한 것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난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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