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지금까지 줄기차게 “자금은 김 전 대통령의 92년 ‘대선잔금’이거나 당선 직후 기업들로부터 받은 ‘당선축하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을 폈다.
또 정치권 일각에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前) 정권’에서 ‘후(後) 정권’으로 넘어가는 ‘통치자금’의 일부라는 의혹도 제기해왔다.
김기섭 전 국가안전기획부 운영차장은 5일 한 지인을 만나 “그 자금엔 전 정권의 안기부에서 넘어온 것도 포함돼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측에선 돈의 성격에 대해 일절 함구하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물론 그의 대변인격인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전 의원 등은 한나라당 강삼재 전 의원이 2월 돈의 출처를 김 전 대통령이라고 지목했을 때도, 또 이번 항소심 판결이 나온 뒤에도 언론의 접촉을 피하며 아무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강삼재 전 의원도 5일 “자금의 성격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내가 자금의 성격을 규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 다만 재판 결과에 100% 승복할 뿐이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내에선 “김 전 대통령측이 함구하는 것 자체가 돈의 조성 경위가 드러났을 경우 김 전 대통령에게 치명적이라는 점을 입증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과 의혹에 대해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검증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시점에서 섣불리 판단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게다가 이 사건에 대한 최종심인 대법원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
따라서 앞으로 대법원에서도 자금의 출처가 ‘안기부 자금’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이 사건에 대한 검찰의 전면 재조사가 이어져야 구체적인 돈의 출처 및 조성 경위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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