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교통개편 후 현장직원만 “욕먹느라 지쳤어요”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19분


○불편신고센터

‘서울시는 지금 통화 중!’

대중교통체계 개편 초기의 혼란으로 시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서울시는 4일 발표한 대책에 따라 5일부터 대중교통불편신고센터(080-828-5656)를 가동하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 전화를 해도 계속 통화 중이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6일 오전 11시반 센터에 1분 간격으로 50번 이상 전화했지만 계속 통화 중이었다. 신고센터뿐 아니라 상황실 등 시 교통국 전체가 온종일 통화 중이다.

시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배정현씨는 “쓰고 있는 카드가 안 돼서 한국스마트카드 콜센터(1644-0088)로 전화했더니 신고센터로 문의하라고 하고, 신고센터에서는 스마트카드로, 다시 서울시 교통국으로, 또 스마트카드로 전화하라고 하더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기자는 시민의 궁금점을 해소하고자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층에 마련된 신고센터를 찾았다.

쉴 새 없이 전화벨이 울리는 가운데 20여명의 직원이 진땀을 흘리고 있다. 첫날인 5일에만 1500여건의 전화를 받았다는 설명이다.

통화 중이어서 못 받은 전화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직원은 “어떤 문제를 해결해 달라기보다는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하고 화풀이를 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시 교통국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이후 집에 한번도 못 들어갔다”며 “서울시의 준비 부족이 원인이고 시민들께 죄송하지만 밀려오는 전화 때문에 업무가 완전히 마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버스 운전사들

“우리도 힘들어요.”

서울의 대중교통체계 개편 이후 서울시 직원 다음으로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사람들이 버스 운전사들이다.

버스 노선과 모든 시스템이 모두 바뀌어 자신들도 혼란스러운데 시민들이 운전사들에게 화풀이를 해 대고 있는 것이다.

버스 번호를 모르고, 배차 간격이 늦어지며, 길이 막히는 것과 심지어 요금 결제가 제대로 안 되는 것도 모두 운전사의 탓이다.

지선버스 5612번을 모는 서모씨(53)는 “일주일이 다 됐지만 아직도 하루 수백명이 노선을 묻는다”며 “특히 요금이 잘못 나와서 항의를 해 대기 일쑤”라고 말했다.

6일 아침에도 승객 10여명이 버스요금이 잘못 나왔다며 항의했다는 것. 무조건 운전사에게 환불을 요구하는 승객도 많다.

간선버스 143번 운전사인 서모씨(39)는 “육두문자를 하도 말이 들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르다”며 “나도 평소에 버스 타는 사람인데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편 이후 버스 회사들이 수익금을 공동관리하고 적자가 나면 시에서 보전해 주는 준공영제가 실시됨에 따라 버스 운전사들이 혹시 불친절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

지선버스 2229번을 운전하는 안모씨(44)는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을 안다”며 “그렇지만 개편 이후 운전사들도 이제 좀 잘해 보자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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