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약과죠. 전에 메탄올(공업용 알코올)이 들어간 본드를 썼을 때는 마스크를 써도 머리가 ‘띵’했어요. 요즘 본드는 메탄올 대신 에탄올을 씁니다. ‘친환경 접착제’도 나왔지만 값이 비싸고 접착력은 떨어져 거의 안 씁니다.”
33평형 아파트에 온돌마루를 깔 때 일반 접착제는 6만원어치를 쓰면 되지만 친환경 접착제는 16만원어치가 들어간다고 한다.
▽마감공정이 문제다=새집증후군을 일으키는 실내 오염물질은 주로 마감공정에서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감공정이란 바닥재와 타일을 깔고 도배를 한 뒤 가구나 신발장을 들여놓는 공사 단계.
한국건설기술연구원(건기연)이 올해 초 32평형 모형 아파트를 지어 공사단계별 휘발성유기화합물총량(TVOC) 농도를 측정한 결과 마감공사 1주일 뒤가 m³당 4.508mg로 가장 높고 이후 빠른 속도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콘크리트나 철골로 건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공사 직후의 측정치(m³당 1.567mg)는 마감공사 직후(m³당 1.326mg)보다 높게 나왔다. 건기연 이윤규(李允揆) 선임연구원은 이에 대해 “콘크리트를 부드럽게 만드는 콘크리트 혼화제나 PVC 창틀이 문제인 것 같다”면서 “‘시멘트독(毒)’은 암모니아 가스가 주원인으로 새집증후군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어느 마감재가 오염원인가?=바닥재와 타일 등 건축자재 벽지 접착제 페인트 주방가구 등 여러 마감재 가운데 어느 것이 실내공기 오염의 주범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건축자재보다 페인트와 접착제에 심증을 둔다. 한 전문가는 “바닥 난방을 하는 한국에서는 바닥재를 붙이는 데 접착제가 많이 들어가고 바닥재가 열을 많이 받게 된다”면서 바닥재와 접착제를 주오염원으로 지목했다.
이에 대해 온돌마루업체인 윈앤윈우드의 박용호 이사는 “일반 접착제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거의 검출되지 않으며 휘발성유기화합물(VOC)도 공사 후 3일이면 대부분 날아간다는 검사 결과가 나와 있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주방가구나 신발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파티클 보드’(나뭇조각을 잘게 부순 뒤 접착제로 붙여 만든 판자)가 문제라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주방가구나 신발장의 오염물질 함유량이나 방출량을 측정한 결과는 아직 없다.
▽‘친환경 자재’ 효과 있다=친환경 자재는 일반자재보다 실내 오염물질을 적게 내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기연이 바닥재 벽지 페인트 접착제 단열재 장식재 등의 마감재를 품목별로 5∼30개씩 모두 150여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다.
친환경 바닥재 및 벽지의 TVOC 방출 농도는 각각 일반제품의 24.3%와 42.8% 수준에 그쳤다. 친환경 접착제의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은 일반접착제의 35.5%였다.
친환경 유성페인트의 오염물질 방출량은 일반유성페인트에 비해 △포름알데히드는 3분의 1 △TVOC는 16분의 1 수준이었다.
친환경 수성페인트는 포름알데히드를 전혀 내보내지 않았고 TVOC 방출은 일반제품의 3.2%에 불과했다.
▽오염물질 줄인다는 제품, 효과 있나?=햇볕이나 형광등을 쪼이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실내 오염물질을 분해한다고 알려진 광촉매제, 몸에 좋은 원적외선이나 음이온을 발생시켜 준다는 바이오세라믹 등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똑 부러진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
일부 연구자들은 “광촉매제가 오염물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VOC가 합성될 가능성이 있고 바이오세라믹은 실내공기와 접촉하기 어려운 벽지 안쪽에 시공돼 기대만큼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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