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방학 인천공항의 두 ‘원정대’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46분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성형수술, 라식수술 등을 위해 한국을 찾는 해외교포들의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반면 국내의 취업난 때문에 높은 토익(TOEIC) 점수를 따기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취업준비생이 증가하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다.》

○교포들 성형하러 입국

∇원정 성형=지난달 30일 재미교포 김모씨(46·여)는 딸(21)과 함께 서울 강남지역의 한 성형외과를 찾았다. 김씨는 자신의 지방제거와 딸의 쌍꺼풀 수술에 300만원을 썼다. 김씨는 “미국에서는 수술이 실패하는 경우가 있고 가격도 비싼 편”이라며 “현지 교포의 소개로 한국을 찾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성형외과의 고객 가운데 절반가량이 해외 교포다. 병원측은 “휴가철에는 교포 손님이 많은 편이지만 올해는 그 수가 부쩍 늘었다”면서 “경기불황으로 내국인 고객은 대폭 줄었다”고 밝혔다.

성형외과와 피부관리실 등은 경기침체로 불황의 늪을 헤매다 본격적인 여름철로 접어들면서 교포 특수를 맞았다.

강남지역의 한 피부관리실 원장은 “부모들이 외국에 있는 자녀를 방학 때 불러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손님들은 한 번에 400만∼500만원씩 쓴다”고 말했다.

○대학생들 토익보러 출국

▽원정 토익=휴가철을 맞아 토익 시험을 보기 위해 외국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취업난으로 더욱 높은 토익 점수가 요구되자 대학생, 취업준비생, 카투사 입대 준비자 등이 단기간에 여러 차례 시험을 칠 수 있는 필리핀으로 ‘토익 원정’을 떠나는 것.

한 달에 한 번 실시되고 성적표를 받기까지 25일가량 걸리는 국내와는 달리 필리핀에서는 하루 2차례씩 시험을 실시하고 시험 후 5일 이내에 성적표를 받을 수 있다.

필리핀 토익 주관기관 관계자는 “센터마다 하루 평균 10∼20여명이 토익 시험에 응시하고 있는데 그중 80%가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원래 일본인이 주 대상이었으나 최근 한국인이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아예 이를 전문으로 알선하는 업체까지 등장했다.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7월 중순까지 1, 2주 일정으로 70명이 출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박모씨(22·여)는 “이달 중순 필리핀에서 2주 동안 5번 정도 시험을 칠 계획”이라며 “아무래도 매일 실제시험을 치다보면 성적이 많이 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하지만 비용만큼의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항공요금과 체류 비용만 110만∼160만원에 달하는 데다 토익 1회 응시비용이 35달러(약 4만원)로 여러 차례 응시할 경우 상당한 비용이 추가되기 때문. 5월 중순부터 2주간 필리핀에서 토익 시험을 치르고 왔다는 취업 준비생 김모씨(29)는 “열심히 공부한 경우가 아니면 성적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며 “성적표를 일찍 받는다는 것을 빼면 비용만큼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재동기자 jarrett@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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