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어제 잘 잤다… 난 한마디도 안할끼다”

  • 입력 2004년 7월 6일 18시 57분


김영삼 전 대통령은 6일 아침에도 상도동 자택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배드민턴장에 들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잠을 잘 잤다”고만 답했을 뿐 안풍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박주일기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6일 아침에도 상도동 자택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배드민턴장에 들렀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의 질문에 “잠을 잘 잤다”고만 답했을 뿐 안풍 자금의 출처 등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박주일기자
‘안풍(安風)’ 사건 항소심 무죄 선고 후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 6일 입을 굳게 다물었다. 법원에서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 유입된 자금에 대해 ‘YS 비자금’일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전혀 개의치 않겠다는 분위기였다.

감청색 모자와 흰색 상의를 입은 YS는 이날 오전 7시반경 상도동 자택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실내 배드민턴장에 도착해 주민들과 50분간 배드민턴을 즐겼다.

YS는 대기 중이던 사진기자들을 만나자 “수고한다. 왜 이렇게 나왔느냐”며 인사를 건네기도 했으나 심기가 편치 않은 듯 표정은 굳어있었다.

배드민턴장 안에서 경호원들이 “취재기자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보고하자 YS는 “한마디도 안 할끼다”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YS는 운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일일이 악수를 했지만 정작 안풍 판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대꾸하지 않았다. 한 기자가 “어젯밤에 잘 주무셨느냐”고 묻자 YS는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너무 잘 잤다”고만 답했다.

한편 전날(5일) 법원으로부터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 예산 횡령 혐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강삼재(姜三載) 전 의원은 6일 “YS가 건네준 자금의 성격은 예나 지금이나 전혀 알지 못 한다”고 말했다.

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경남 마산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 돈이 1992년 대선 잔금인지, 당선축하금인지 출처나 성격을 아느냐’는 질문에 “당 총재였던 대통령이 주는 돈을 선거 때 잘 활용해 한 석이라도 더 얻는 데 주력했을 뿐 다른 것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정치자금을 주면 주는 대로 받아썼다”며 “돈의 성격을 물어볼 수도,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강 전 의원은 YS에게서 돈을 받은 사실을 밝힌 배경에 대해 “YS와의 개인적인 의리보다는 국민과 역사에 대한 배신이 두려워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YS도 언젠가는 이해할 것이며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3년6개월간 재판 과정에서 겪었던 심적 고통도 토로했다. 그는 “재판 과정에서 자금출처를 집중적으로 추궁받았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 한강에 투신한 사람들이 이해가 갔다”며 “나도 10차례 이상 자살을 생각했으며 3, 4차례는 실제 결행하려고 했을 만큼 괴로웠다”고 말했다.

향후 거취와 관련해 강 전 의원은 “정계은퇴 선언은 유효하며 대학 강단 등 비정치적인 분야에 몰두하고 싶다”면서도 “국민과 나라를 위한 일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마산=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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