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0월 보석으로 풀려난 뒤 법정구속 없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 최씨는 이번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재수감은 면했다. 또 서울고법에 계류중인 또다른 재산국외도피 및 배임, 횡령 사건과 합쳐져 병합 선고를 받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재산국외도피죄나 대출로 인한 배임·횡령죄 등에 대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며 "그러나 피고인의 국외재산도피죄에 대해 자수를 이유로 형량을 감경해준 것은 법리를 오해한 판결이므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자수가 성립하려면 범인이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해 자발적으로 범죄사실을 진술해야 하는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자진출석 후 범죄를 부인하다 10일 이상이 지나 범죄사실을 시인했다"면서 "이는 형벌감경 사유로서의 자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씨는 1996년 6월부터 1년여 동안 수출서류를 위조, 국내 은행에서 수출금융 명목으로 1억8000여만 달러를 대출받아 이중 1억6000여만 달러를 해외로 빼돌리고, 상환능력이 없는 그룹 계열사에 1조2000여억원을 불법대출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최씨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1997년 8월 면세지역인 영국령 케이만 군도에 가공의 역외펀드를 설립해 1억 달러를 유출한 뒤 이 중 8000만 달러를 국내로 들여오지 않고 유용한 혐의와 대한생명의 회사자금 172억원을 신동아 학원과 자신의 부인이 이사장인 K재단에 기부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돼 2003년 11월 1심에서 법정구속 없이 징역 5년에 추징금 1175억원을 선고받아 항소심에 계류중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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