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의 심판대 오르는 '수도이전 논란'

  • 입력 2004년 7월 9일 06시 40분


‘신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이 12일 제출되면 이를 둘러싼 법리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수도 이전 논란이 ‘정치적 공방’에서 ‘법의 무대’로 옮겨진다는 뜻이다.

▽그간의 경위=수도 이전 반대 헌법소원 논의는 특별법이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한 4월 17일 이후 시민단체와 몇몇 법조인들 사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5월 들어 ‘수도 이전 반대 국민포럼’(대표 최상철·崔相哲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이 헌법 전문가들을 찾아 상의하기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김문희(金汶熙) 이영모(李永模)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헌법소원 준비 소식은 본보가 6월 2일자에 보도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김 전 재판관 등은 이 사건을 맡으면서 한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고 한다. “정치적 사건으로 변질시키지 말고 오직 법리로만 따지자”는 것.

헌법소원 청구서는 △수도의 위치에 관한 문제는 애국가 태극기 등과 함께 헌법적 사안으로 그것을 변경할 때에는 국민투표에 부쳐야 하는데, 이 같은 절차가 없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을 침해당했으며 △국민적 합의 없이 진행하는 수도 이전은 재산권과 행복추구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등 헌법에 위반된다는 등의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서 초안은 A4 용지 25장 분량.

헌법소원 제기 만기일은 법 시행일로부터 90일째 되는 16일이다.

▽쟁점과 전망=이 헌법소원은 헌재 재판관 9명 가운데 6명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내야 위헌으로 결정된다.

헌재는 우선 ‘청구인 적격(適格)’ 여부부터 가리게 된다. 헌법소원을 낼 자격이 있는 사람이 냈는가를 따지는 것. 만약 헌법재판소법이 요구하고 있는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면 각하 결정을 내린다.

‘침해받은’이라는 문구와 관련해 헌재는 1992년 10월 서울대 입시요강 사건에서 “기본권 침해가 장래에 발생하더라도 그 침해가 틀림없을 것으로 현재 확실히 예측된다면 침해의 현재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대리인단의 이석연(李石淵·전 헌재연구관) 변호사는 “청구인 적격 요건을 갖추기 위해 청구인 구성을 엄격하게 했다”고 말했다.

청구인 자격이 인정되면 본안 심리로 들어간다. 이 변호사는 “헌법상의 참정권과 평등권, 행복추구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인단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이번 사안에 대한 심리는 신속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특히 헌법소원과 함께 특별법 시행정지 가처분 신청도 함께 제출될 예정이어서 헌재의 판단이 의외로 빨리 내려질 수도 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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