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재식/駐韓외국인 “목숨걸고 운전해요”

  • 입력 2004년 7월 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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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로니카는 독일인으로 5년 전 자동차 기술자인 남편을 따라 서울에 온 이후 나하고 친하게 지내는 음악인이다. 그는 한국에 온 초기에 중고자동차 시장에서 프라이드 한 대를 구입했다. 새 차는 낭비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며칠 전 그는 충돌사고에도 비교적 안전하다는 신차를 신청했다고 했다. ‘다치거나 죽기 싫어서’라는 것이었다. 전용차로로 가던 버스가 한꺼번에 세 개의 차로를 가로질러 그가 운행하던 차로로 들어 오는 바람에 하마터면 사고가 날 뻔했다고, 서울에서의 운전은 곡예사라야 가능하다고….

“버스운전사는 높은 사람입니까? 전용차로는 왜 있는 겁니까?” 나는 낯 뜨겁고 부끄러울 뿐이었다. 어디 버스뿐인가. 아무데서나 승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택시운전사도 베로니카의 눈에는 ‘높은 사람’으로 보일 것이다. 왜 그렇게 곡예운전을 하는가. 버스가 배차시간 때문에, 택시가 사납금 때문에 난폭운전을 하지 않을 수 없다면 제도를 고쳐야 한다. 또 다중이 이용하는 차이기 때문에 도로를 우선 사용하는 것이라면 이는 다른 이의 양보에 의한 것이어야지 버스나 택시운전사가 주장할 권리는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나 택시운전사들이 자신들의 행동을 무조건 이해해달라는 식으로 남에게 강요한다는 점이다. 바로 이렇게 위험한 운전행위를 특권처럼 치부한다는 게 베로니카를 화나게 한 것이다. 교통경찰관들이 버스나 택시의 불법, 난폭 행위를 못 본 체하는 것도 그의 불만이다.

서울시가 교통체계 개선을 위해 중앙버스전용차로를 확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차로를 가로지르고, 차로 한 가운데 정차해도 괜찮다는 식의 생각이 고쳐지지 않는 한 원활하고 명랑한 교통질서는 이뤄지지 않는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버스나 택시운전사들의 질서의식과 배차시간 및 사납금의 조정이 아닐까 싶다.

이재식 시인·전 경기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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