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간한 ‘6·25전쟁사’ 1권에서 제주 4·3사건을 ‘무장폭동’으로 기술(본보 9일자 A1면 참조)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4·3사건 희생자유족회와 4·3연구소 등 관련 단체들은 9일 “국무총리 산하 4·3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 결과를 외면한 처사”라며 국방부 항의 방문을 추진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방부는 4·3항쟁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방부가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4·3폭동 운운하고 폭동이라는 결론을 얻어내기 위해 양민학살 부분을 외면하는 등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열린우리당 강창일(姜昌一) 의원도 전날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에게 팩스로 1차 항의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날 국회의장 명의로 조 장관에게 10개항의 공식 질의서를 전달하는 등 공론화에 나섰다.
유족회 등은 이미 배포된 ‘6·25전쟁사’를 폐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국방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벌이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4·3연구소 관계자는 “4·3특별법 시행령에 근거해 위령공원 조성과 피해자 보상 치료 등의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가 과거의 아픔을 씻고 평화의 섬으로 도약하는 시점에 국방부가 찬물을 끼얹었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방부는 일단 정면 대응을 삼가면서도 국가안보를 책임지는 국방부로서는 일면 타당한 주장을 편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다. 국방부는 4·3진상조사보고서를 낼 때도 4·3사건은 ‘무장폭동’이라고 주장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하자 이번에 ‘6·25전쟁사’를 발간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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