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팀의 현장 취재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대형병원들은 입원환자가 20∼30%가량 감소했으며, 일부 동네의원은 60%까지 환자가 줄었다는 곳도 있었다.
입원환자들 역시 어떻게 하면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비용이 저렴한 보건소를 찾는 사람은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났다.
▽병원=7일 서울 은평구 C병원. 한 50대 남성과 의료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초음파검사는 의료보험이 안 돼요? 검사비가 비싸겠네. 그러면 검사 안 받으렵니다.”
의사가 “간을 살펴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검사”라고 설득했지만 환자는 막무가내였다.
이 병원 전모 주임(36)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최근 내원환자 100명 중 20∼30명은 아예 돈이 드는 검사는 안 받겠다고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모 대학병원 김모 과장(43)은 “병원비 깎아 달라는 하소연을 안 듣는 날이 하루도 없다”며 “매몰차게 조기퇴원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난감하다”고 말했다.
D병원은 현재 입원환자 210여명 가운데 200만∼700만원까지 치료비가 연체된 환자가 10명이 넘는다. 원무부 신모 부장(44)은 “올해 들어서만 환자 10여명이 경제적인 문제로 입원비를 안 내고 ‘야반도주’했다”고 밝혔다.
▽약국=“지난해만 해도 하루에 처방전이 100장 정도는 들어왔는데 요즘은 겨우 50장이 될까 말까 해요.”
서울 강북구 W약국 약사 정모씨(35)는 “하루나 이틀치 약을 지어 가는 경증 환자가 거의 없다”며 “불황이 이어지다 보니 몸 아픈 데 쓰는 돈마저 아끼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동대문구 K약국 약사 김모씨(43)는 “요즘은 하루종일 파리만 날린다”며 “진료비를 아끼기 위해 1∼3개월짜리 장기처방전을 받아 오는 환자가 드문드문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은평구 H약국 약사 박모씨(48·여)는 “한때 ‘웰빙’ 바람을 타고 잘 나갔던 영양제나 비타민제도 하루에 한 개 팔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보건소=진료비와 약값이 비교적 저렴한 보건소는 환자가 지난해에 비해 30∼40%가량 증가했다.
마포구보건소 관계자는 “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보건소로 오는 환자들이 꽤 있다”고 귀띔했다.
주부 김모씨(56·경기 광명시 철산동)는 “식비도 줄이는 마당에 병원비는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며 “당뇨병으로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오다 최근 보건소로 옮겼다”고 말했다.
특히 영·유아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는 젊은 엄마들이 크게 늘어났다.
강북구보건소 영·유아접종실 권미옥 실장(46·여)은 “일반 병원에서 3만∼4만원을 받는 예방접종이 보건소에서는 무료”라며 “지난해에는 매달 평균 60여명이 접종했는데 최근에는 1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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