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영어 배우러” 중고생 “과외 받으러” 서울로 서울로

  • 입력 2004년 7월 11일 18시 54분


《방학을 맞아 지방에서 서울로의 단기 유학이 늘고 있다. 대학생들은 취업에 대비, 토익(TOEIC) 토플(TOEFL) 등 영어시험 성적을 올리기 위해 외국어학원을 찾고 있으며 고교생들은 대입시험 준비를 위해 입시 학원가로 몰리고 있는 것.》

▽“취업용 영어시험을 위해”=토익과 토플 등 영어시험 준비를 위해 지방대생들이 서울로 몰리는 것은 지방의 영어교육 환경이 열악하다고 느끼기 때문.

6월 말부터 서울 친척집에 머물고 있는 전남 모 대학 4학년 박선희씨(23·여)는 “7월부터 강남에 있는 영어학원에 다니고 있다”며 “돈이 좀 들더라도 점수를 올리려면 서울에서 공부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토플시험 준비를 위해 경남 창원시에서 올라온 이혜정씨(24·여)는 “지역에는 마땅한 외국어학원이 없다”며 “현재 다니는 학원에 나와 같이 지방에서 온 수강생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지방 출신 학생들이 주로 머무는 곳은 친척집이나 학원 근처 고시원.

서울 거주 비용과 학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경우도 많다.

경남 마산시에서 올라온 강모씨(24)는 “낮에는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저녁에는 종로에 있는 학원에 다닌다”며 “고시원에서 지내는 게 불편하고 돈도 넉넉하지 않지만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강남 모 어학원 관계자는 “방학뿐 아니라 아예 휴학을 하고 서울에 와서 토익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현재 전체 수강생의 10% 정도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종로 모 학원 토익강사 박모씨(32)는 “영어교육의 불균형은 입시교육 불균형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유명 강사들이 수요가 많은 서울에 몰려 있어 학생들의 서울행은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시 준비도 서울에서”=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J학원. 지방에서 왔다는 학생들이 3, 4명씩 몰려다니며 학원 수업시간표를 꼼꼼히 체크하고 있었다.

대전에서 온 김모군(17·고2)은 “방학 시작 전에 미리 학원 분위기도 익히고 예약도 하러 왔다”며 “친구 중엔 방학마다 서울 학원으로 오는 애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정 수강’은 2∼3년 전부터 시작된 현상으로, 올해 교육방송(EBS) 수능방송 실시 이후에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학원 관계자들은 방학이 시작되는 이달 중순부터는 지방학생들의 수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T학원 관계자는 “수강예약 학생 중 10% 정도는 지방 학생”이라며 “학원이 불충분한 중소도시 학생들은 물론 부산이나 광주 등 대도시 학생들도 많다”고 귀띔했다.

가까운 경기지역 학생의 비율은 더 높다. 강남구 신사동의 한 학원에 다니는 경기 성남시 B고 신모양(16)은 “서울 외곽에서 통학하는 학생들이 지난달부터 많이 늘었다”며 “인기 강의에는 정원의 절반 가까이가 이런 학생인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전지원기자 podrag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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