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근로자를 위한 사회정책은 근로자의 경제적 불안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사회공헌기금과 스톡옵션형 우리사주 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소득 상실에 대한 안전장치와 위험부담 없는 재산형성의 대안을 생각해 본다.
▼해고때 지급… 구조조정도 쉬워▼
근로자의 소득 상실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칭 ‘퇴직보상기금’의 신설을 제안한다. 퇴직보상기금은 호황기에 통상 주주의 몫인 이익의 일부를 사외에 설치된 기금에 적립했다가 불황기에 인력구조조정 과정에서 해고되는 퇴직자에게 분배하는 제도다.
이것은 근로자와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의 일종이지만, 위험의 측면에서 보면 근로자가 부담하는 소득 상실 위험의 일부를 주주에게 전가하는 위험공유제(risk sharing)라 할 수 있다. 퇴직보상기금은 해고로 퇴직하는 근로자에게만 분배하는 것이므로 현행 퇴직금과는 차이가 있다. 물론 기업이 이 제도를 적극 수용할 수 있으려면 노동유연성도 높아져야 할 것이고, 정부는 기금의 적립금을 경비로 인정하는 세제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이다. 이 제도를 통해 근로자는 소득 상실 위험을 줄이고, 기업은 높은 노동유연성을 바탕으로 구조조정을 쉽게 할 수 있다면 결국 주주와 정부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다.
근로자 재산형성 지원 방안으로는 가칭 ‘무위험 우리사주제도’의 도입을 제안한다. 우리나라는 유상증자시 발행주식의 20%를 근로자에게 우선 배분하는데, 발행가격은 통상 시가보다 20∼30% 낮다. 그러나 의무보유기간 동안 주가하락 위험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무위험 우리사주제도란 근로자가 주가하락 위험을 부담하지 않고 주식을 장기 보유할 수 있는 제도다.
무위험 우리사주제도는 프랑스가 공기업 민영화시 채택해 크게 성공한 제도다. 10년 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롱프랑사의 예를 살펴보자. 근로자는 시가 150프랑의 주식을 120프랑에 매입해 4.5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한다. 투자은행인 뱅커스 트러스트는 근로자에게 의무보유기간 동안 원금과 25%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신 보유기간 종료 시점의 주가가 150프랑을 상회하면 그 차익의 33%를 받는다. 근로자는 자기자금 10%와 은행 차입금 90%로 주식을 매입하므로 적은 금액의 투자로 위험부담 없이 재산증식을 할 수 있다. 뱅커스 트러스트는 그 차입금에 대해서도 원리금 지급보증을 한다.
이 제도에서 근로자와 금융기관에 돌아가는 이득의 원천은 바로 가격 할인이다. 주식을 할인 발행하는 유상증자시에는 물론 정부가 근로자에게 할인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하는 민영화시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한국에서의 성공 여부의 핵심은 금융기관의 위험관리 능력과 주식의 대차(貸借)거래제도의 활성화 여부인데,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우리사주制도 일정수익 보장을▼
최근 노동계가 사회공헌기금의 설치를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주된 관심사가 소득 상실 위험에 대한 우려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은 사회공헌기금보다 퇴직보상기금을 설치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한편 최근 노사정위원회가 발표한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도는 근로자에게 위험부담이 있어 재산형성 지원책으로서 실효성이 약하다. 근로자의 생산성 향상과 재산 형성을 위해서는 스톡옵션형 우리사주제도보다 무위험 우리사주제도가 더 바람직하다는 판단이다.
박상용 연세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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