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작성한 조서라고 해서 무조건 증거능력을 인정하면 곤란하다.”
12일 대법원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형사사법시스템의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제기된 문제들이다. 이날 주제발표를 한 정준영(鄭晙永) 서울고법 판사는 이들 두 문제를 거론하며 현재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주요 안건 중 하나로 삼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개선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고인 좌석배치=우리 법정에서는 피고인이 판사와 정면으로 마주보게 돼 있다. 변호사 자리는 피고인 오른쪽에, 검사 자리는 피고인 왼쪽에 각각 3m 이상 떨어져 있다. ‘검사의 좌석은 변호인의 좌석과 대등하며, 피고인은 재판장의 정면에 정좌한다’는 형사소송법 275조에 따른 것이다.
정 판사는 “피고인 좌석과 변호인 좌석이 분리돼 있어 피고인이 변호인의 도움을 받기 곤란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피고인은 변호사들 대동한 채 검사와 나란히 앉아 판사를 바라보고 있다는 예도 들었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 관계자는 “공판정 좌석을 바꾸는 것은 사법개혁위원회가 논의 중인 형사사법제도 개선 안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공판정 좌석을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검찰이나 변호사 단체도 반대하지 않고 있어 이 문제는 실현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검사 조서 증거능력 부여 문제=형사소송법 312조 1항은 경찰에서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는 달리 검사가 직접 작성한 신문조서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부여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검사의 신문조서는 피고인이 공판과정에서 부인을 하더라도 여전히 증거능력을 갖게 된다. 피고인이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고문 등 강압에 의한 진술이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면 번복되기가 쉽지 않다.
정 판사는 “독일은 검사가 수사를 주재하지만 검사가 작성한 조서를 증거로 쓸 수 없고, 공판정에서 조서 내용 모두가 낭독된다”고 문제제기를 했다.
이에 대해 검찰측 토론자인 이완규(李完揆) 대검찰청 검찰 연구관은 “조서의 증거능력을 배제하게 되면 수사검사가 재판정에 나가 증언을 해야 하는데 지금 검사들이 맡고 있는 업무량으로 보면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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