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신통찮고 남편 무관심…‘라이프 코치’ 찾아가 볼까

  • 입력 2004년 7월 12일 19시 11분


라이프 코치를 양성하는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들. 누구나 라이프 코치가 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배우면 코치를 효과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사진제공 CMOE코리아
라이프 코치를 양성하는 강좌에 참석한 수강생들. 누구나 라이프 코치가 될 수 있지만 그 기술을 배우면 코치를 효과적으로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사진제공 CMOE코리아
《재무컨설팅회사인 ㈜파이낸피아의 임계희 대표(50)는 얼마 전부터 한 미혼여성(33·회사원)에게 라이프 코치를 해주고 있다. 이 여성은 소득 이상의 지출로 카드 빚을 지고 있었다. 외모에 관심이 많아 명품으로 치장하고 분위기 있는 음식점과 택시를 주로 이용하다 보니 외식비, 교통비의 지출도 많았다.임씨는 첫 번째 면담에서 이 여성의 성격과 라이프스타일을 파악했고, 두 번째 면담에서 최근 3개월간 구입한 의류의 리스트와 6개월간의 지출 내용을 작성토록 했다.》

임씨는 세 번째 면담에서 결혼에 필요한 자금내용과 은퇴 후 필요한 자금내용을 보여주면서 1년에 1000만원씩 저축하더라도 은퇴 후 생활비 마련이 쉽지 않음을 표로 제시했다.

이 여성은 이 부분에서 심각한 반응을 보였고, ‘코치’의 도움이 필요한 사항과 본인이 ‘실행’할 사항을 의논했다. 연말까지 예산을 편성해 지출항목 중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작성해 실행함으로써 카드 빚을 모두 갚고 내년부터 저축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

임씨는 “e메일로 지출명세를 받고 있는데 실제로 소비가 많이 줄었고 카드상환액이 300만원이 넘었다”며 “이 여성 역시 결과에 놀라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임씨는 “한국인들은 마음을 잘 열지 않고 생애 목표가 뚜렷하지 않아 ‘코치’에 어려움이 많다”면서 “그러나 역시 상대방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찾아야 하는 정신적 문제가 아니더라도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고 뭔가 나은 것을 모색하고 싶을 때 도움을 청할 만한 곳은 없을까?

이 같은 요구 때문에 인간관계 직장문제 진로문제 건강관리 등 다양한 인생문제를 상담해주는 ‘라이프 코치(life coach)’가 관심을 끌고 있다.

북미나 유럽에서는 라이프 코치가 아예 신종직업으로 자리 잡았다.

운동선수에게 조언하면서 더 좋은 기록을 내도록 코치가 도와주듯 라이프 코치는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상담을 해주는 멘토(mentor)와 조언을 구하는 멘티(mentee)로 이뤄진 ‘멘토링’과 비슷하지만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코치를 받는 사람의 과제와 목표에 초점을 맞춘 수평적 관계다.

프리랜서 리더십 강사인 이재만씨(49)는 재수생 아들(19) 때문에 한동안 크게 고민했다. 모범적이지만 내성적인 아들은 지난 봄 기숙사형 입시학원에 들어갔다가 강압적이고 타율적인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퇴소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이씨가 좀 더 있으면서 적응해 보라고 요구했으나 아들은 스트레스성 장염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이씨는 결국 자신이 직접 아들을 ‘코치’하기로 했다. 이씨처럼 자녀를 ‘코치’해 줄 수도 있지만 배우자나 직장동료, 친구, 더 나아가 완전히 모르는 사람에게도 ‘코치’ 의뢰는 가능하다.

이씨는 네 차례에 걸친 ‘코치’에서 아들에게 자신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일을 얘기했고 아들도 학원에서 겪은 어려운 점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부자는 이어 “중요한 것은 본인이 공부하는 데 어떤 방법이 최선인가 하는 것”임에 동의했다.

최근 아들은 입시학원을 퇴소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또 컴퓨터를 거실로 옮긴 뒤 이씨가 허락한 시간 외에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 개설된 ‘라이프 코칭’ 강좌를 수강한 이씨는 “라이프 코칭 과정이 자녀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칭 전문회사인 미국 CMOE와 손잡은 CMOE코리아(www.cmoe.co.kr)는 4월부터 매달 라이프 코치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강좌를 열고 있다.

이 강좌 수강생들은 최근 정보 교류와 역량 향상을 위한 홈페이지(www.lifecoach114.com)를 개설했다.

이달 초 수강한 동양인재개발원 정경희 경영교육팀장(41)은 “기업체 임원들에게 ‘경영코치’가 있듯이 일반인에게 ‘라이프 코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부들에게도 라이프 코치 기술이 중요하다”며 “남편과 자녀에게 좋은 라이프 코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에서는 라이프 코치를 전업으로 삼는 사람이 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지적. 상담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지불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낸피아의 임씨는 얼마 전 라이프 코치를 원하는 ‘고객’의 전화를 받고 무려 50분간 상담해 주고 다음 날 방문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이 고객은 다음 날 아침 전화를 걸어와 “수수료를 내야 하는지 몰랐다”며 약속을 취소했다.

임씨는 “아직까지 국내에서 시간 서비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고객들에게 재무 설계를 해 주면서 부가서비스로 라이프 코치를 해 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CMOE코리아 최치영 사장(59)은 “국내에도 라이프 코치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있는 만큼 부업이나 전업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최 사장은 “굳이 자격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는 없고 교사나 성직자 등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이들이 그 방법을 배워 활용한다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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