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목희-배일도-단병호 ‘노동 투사 3인방’ 정책질의 맞대결

  • 입력 2004년 7월 14일 19시 06분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이 벌어진 14일 국회 본회의장에는 각 당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 출신 의원들이 나란히 단상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열린우리당 이목희(李穆熙), 한나라당 배일도(裵一道), 민주노동당 단병호(段炳浩) 의원 등 초선 3명이 주인공.

이 의원은 1978년 전국섬유노조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노동운동에 투신, 한국노동연구원을 설립했고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을 맡았다. 배 의원은 87년 초대 서울지하철공사 노조위원장에 이어 9, 10, 11대까지 네 차례나 위원장을 역임한 지하철노조의 산 증인. 단 의원은 전노협 1∼4대 위원장과 민주노총 3, 4대 위원장을 지낸 자타 공인의 ‘노동투사’다.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이들 ‘노동 3인방’은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 권익을 강조하는 내용의 질문 자료를 준비하는 등 전공 살리기에 힘을 쏟았다.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이들의 선의의 경쟁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먼저 단상에 오른 이 의원은 “손해배상 가압류가 노동자의 생존을 유린하고 노조 활동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구속 수배 중인 노동자들의 석방과 수배 해제를 건의할 용의가 없느냐”고 노동자 입장을 대변했다.

한편으론 여당 의원답게 “예년에 비하면 구속 노동자 수가 10분의 1, 2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현 정부의 노동정책을 에둘러 홍보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질문의 대부분을 자신의 전공이 아닌 수도 이전이나 환경 문제 등에 할애했다.

단 의원은 특유의 잠바 차림에다 국회의원 배지 대신 민노당 배지를 달고 나와 외모에서부터 눈길을 끌었다. 그는 “노동자들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대변해 줄 사람을 국회에 세우기 위해 만들어온 수많은 역사들이 생각나 깊은 감회를 느낀다”며 “국회의원 신분으로 말하는 게 아니라 독재정권하에서 생존권을 위해 목숨 걸고 투쟁했던 노동자들, 차별 속에서 고통받는 800만 비정규직의 외침으로 들어달라”고 말해 장내를 숙연케 하기도 했다.

단 의원은 비정규 노동자의 고통을 호소한 후 “정부가 겉으로는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주장하면서도 실제로는 노동자 배제적, 시장중심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정부의 노동정책을 신랄히 비판했다.

배 의원은 사전 자료를 통해 “서민과 노동자 빈민 실직자의 고통과 바람을 생생히 전달하겠다”고 벼른 것과 달리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패러디 사진과 관련한 질문으로 일관, 애써 준비한 노동 관련 질문은 꺼내지도 못했다.

한편 한나라당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지난 3개월간 10여개 일간지 사설을 자체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수도 이전 문제에 대한 반대, 재검토 및 국민 합의를 우선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런데도 정부 여당이 유독 동아 조선만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이들 언론을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고 물었다. 자신도 이를 의식했는지 “귀중한 시간에 이런 원론적 얘기만 하게 돼 대단히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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