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이야기는 작년부터 나왔어요. 인근에 새 건물을 지을 부지는 마련했으나 건물 지을 돈이 없어 막막합니다.”
후원금 등으로 한 달 운영비 2000만원을 충당하기도 빠듯해 건물 지을 돈을 저축할 여력까진 없었다고 임 목사는 설명한다.
“정부가 할 일을 우리가 한 것 아닙니까. 영리사업도 아니고 순수하게 봉사해 온 것을 인정한다면 정부가 건물을 지어줘야죠. 법적으로만 따지면 1인당 90만원씩 보상금을 주고 내보내면 그만이지만 당장 잘 곳이 없어진 노숙자들은 어떻게 합니까.”
임 목사는 노숙자들의 생리를 잘 알고 있어 더욱 걱정이다. 노숙자들은 평소 살던 곳을 잘 떠나지 않기 때문에 철거되더라도 결국은 이곳 주변에 머물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는 “교외에 번듯한 건물을 지어 살라고 해도 한두 달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구청장을 직접 만나 어려운 사정을 털어놓고 싶지만 “바빠서 그런지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곳은 거의 매일 주먹다짐이 벌어지고 종종 칼부림도 일어난다. 임 목사는 신학생 때 이곳으로 전도 활동을 왔다가 목회자로 나서 뚝심으로 17년을 버텼다. 그러나 이젠 그도 힘이 빠진 듯했다.
“수도 이전에 수십조원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에서 아주 조금만 떼어내 쪽방촌 노숙자들을 위해 조그만 건물이라도 하나 지어주면 좋을 텐데…”라고 되뇌는 그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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