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차예지/대학생 커닝 심각… 죄의식 못느껴 더 문제

  • 입력 2004년 7월 15일 18시 25분


고교시절 영어경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 대학에 갔다가 강의실 책상과 벽이 온통 부정행위(커닝)를 위한 낙서로 뒤덮여 있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대학에 진학한 뒤 커닝문화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세칭 일류대학이건 아니건 다를 게 없다. 시험공부를 열심히 하기보다는 커닝을 통해 적당히 성적을 올리려는 학생들을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이번 기말고사 기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시험을 앞두고 책상과 벽 등에 예상문제의 핵심 내용을 적어놓거나 시험 도중에 비밀 쪽지를 훔쳐보는 등의 부정행위가 적지 않았다. 누구는 잠까지 줄여가며 공부하는데 그런 노력도 없이 커닝을 통해 높은 점수를 받으려는 학생들을 보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커닝 행위에 불만을 가진 일부 학생이 기말고사가 끝난 뒤 학과 인터넷게시판에 커닝한 사람의 이름을 공개했지만 당사자들은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커닝 한번 안 해본 사람 있느냐”며 오히려 반발했다.

요즘 TV 오락프로그램 등을 보면 학창시절의 커닝 경험을 자랑스럽게 밝히는 연예인들이 많이 있다. 커닝을 학창시절의 추억쯤으로 생각하는 사회분위기가 커닝에 대한 죄의식을 약화시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커닝은 열심히 공부한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주는 부정행위다. 학생도 자성해야겠지만 학교측도 엄격한 시험감독을 통해 커닝을 근절토록 해야 할 것이다.

차예지 대학생·서울 광진구 구의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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