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양심적 병역거부’는 유죄다

  • 입력 2004년 7월 15일 18시 47분


대법원이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유죄를 확정함으로써 하급심에서 유죄, 무죄로 엇갈렸던 혼선을 바로잡았다. 일부 법관이 무죄판결을 내린 이후 많은 법관들이 재판을 연기하는 실정에서 최종심인 대법원이 전원합의부 판결을 통해 법해석의 통일을 기해준 것은 시의적절했다.

대법원 판결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국민개병제(國民皆兵制)를 시행하는 대한민국에서 건강한 남성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국방의 의무를 회피할 수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로써 헌법에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무죄판결을 내린 일부 하급심 판결은 1회성 ‘튀는 판결’로 그치게 됐다.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는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헌법상의 가치다. 대법원은 ‘개인의 권리인 양심의 자유가 국민 전체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기 위한 국가의 안전보장보다 우월한 가치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북한과 대치하는 현실에서는 법률의 해석도 국가의 존립이라는 가치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군대 대신에 교도소를 선택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의 문제가 종지부를 찍은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위헌법률심사권을 가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려야 한다. 본원적인 문제가 미결인 채로 남아있는 셈이다. 헌재가 헌법상의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기대한다.

사회 일각에서는 집총을 거부하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나 다른 종교와의 관계, 군대 가는 젊은이들의 사기 같은 사회적 영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 이는 국민여론을 수렴해 법률을 제정 또는 개정하는 입법부가 판단하고 결정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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