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 주최로 강원 춘천시와 광주에서 개최된 이날 공청회는 대전 청주 부산에서 열린 세 차례 공청회와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춘천 공청회에서는 날카로운 질문과 토론은 물론 공청회 진행 방식과 내용에 대해 강한 반발도 나왔다.
춘천시 세종호텔에서 열린 춘천 공청회에서 첫 주제발표에 나선 김영정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은 “수도 이전 논란은 일부 언론과 정부의 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방청객으로 참석한 이상출 태백시 번영회 사무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그런 소리 하지마라, 이런 식으로 토론이 되겠느냐, 나는 동아·조선일보를 보지 않지만 다른 중앙지와 지방지도 비판적 기사를 수도 없이 보도하고 있다”며 항의하자 방청석에서 “맞다”며 호응이 잇따랐다.
이씨는 “이런 식으로 일방적으로 하지말자. 최근 조사에서 강원도민의 72%가 수도 이전에 반대했다. 대통령과 정부는 수도 이전 같이 중요한 문제를 선거와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두 지역 공청회에서 주제발표자들은 수도 이전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듯 지방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방안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에 대해 기세남 강릉시의회 의원은 춘천공청회에서 “홍보 위주의 공청회여서 실망이 크다”며 “이런 공청회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고 비판했다.
또 김임순 아태환경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대한 국책사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반대하는 국민을 제대로 설득하거나, 민주적 절차에 따라 승복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신 원주상공회의소 회장도 “행정수도 이전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공감대 형성이 미흡하다”고 비판했다.
김갑열 강원대 교수는 “신행정수도가 진정한 균형발전을 가져올지 의문”이라며 “최근 원주에 대한 산업입지 선호와 영서권에 대한 주거입지 선호 등이 수도 이전 때문에 퇴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도청 회의실에서 열린 광주공청회에서 장순천 서울산업대 교수는 “행정수도 건립으로 산업기반이 거의 없는 광주·전남지역은 급속한 인구감소가 나타날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김종현 광주전남시민연대 상임위원장은 “법률적 하자가 없다고 해서 밀어붙이는 것은 성숙된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건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기획연구실장은 “수도권과 충청권을 제외한 도시 지역간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위한 중앙정부의 집중적 투자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공청회는 170여개 좌석이 마련됐으나 전남도청 직원들과 시군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이 대부분 자리를 채웠고 공청회 도중에 조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전남도는 이날 주민들의 참석이 저조할 것을 우려해 직원들을 동원하고 일선 시군에도 공무원들의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군에서 올라온 공무원들이 공청회가 시작되기 전 회의실 앞에서 해당 자치단체와 직책, 이름을 쓰고 입장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춘천=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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