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노동운동을 사실상 주도해온 두 회사 노조 중 현대중공업은 95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무분규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9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90년대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두 회사의 양상이 예년과는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노동운동에서 한발 비켜섰던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 탁학수)는 5월부터 시작한 회사 측과의 임단협이 난항을 거듭하자 15일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16일 부산지방노동위에 쟁의조정신청을 했다.
노조는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 5일제와 정년연장(현재 만 57세에서 58세) 등 요구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조정기간(10일)이 지난 뒤 쟁의행위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회사 측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주5일 근무 △정년은 현행대로 57세 △기본급 8만3000원 인상 △성과급 200% 지급 등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는 16일 기관지 ‘민주항해’를 통해 “회사 측 제안은 노동조건을 후퇴시키려는 개악안”이라며 “개악안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전면투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자칫하면 ‘10년 연속 무분규’ 기록이 깨질 우려를 낳고 있는 것.
이에 반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25일부터 예년과 마찬가지로 파업을 벌였지만 올해는 최단 시일인 일주일 만에 협상을 끝내고 여름휴가(31일∼8월 8일)를 기다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러나 올해 10년 무분규 기록을 달성할 것에 대비해 이달 말 회사 운동장에서 대규모 자축행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극적합의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노동계 안팎의 분석이다.
정재락기자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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