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 범죄 막을 수 없나]<中>교도소 격리만 있고 교정은 없다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6분


연쇄살인범 유영철씨는 고교 2학년 때 절도 혐의로 소년원에 수감된 뒤 10여차례에 걸쳐 7년간 교도소 생활을 했다. 무고한 시민 20명의 목숨을 앗아간 살인행각은 출소 13일 만에 시작됐다.

1999년 6월부터 2000년 4월까지 부산 경남 지역에서 부유층 9명을 잇달아 살해한 정두영씨. 정씨는 17세 때인 1986년 자율방범 순찰대원을 살해해 12년간 복역한 뒤 절도 혐의로 두 차례 더 교도소에 갔다가 출소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부녀자를 살해했다. 교도소를 거치면서 더 큰 범죄자가 된 사례들이다.

▽교도소는 범죄학교인가=1994년 9월 추석 연휴 기간에 5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한 ‘지존파’는 교도소 동기들이었다. 올봄 금품 탈취를 목적으로 시민 3명을 살해한 혐의로 수원에서 검거된 3인조 일당도 교도소 동기들이었다.

법무부는 최근 5년간 평균 교도소 재입소율이 39%에 달한다고 20일 밝혔다. 한번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이른바 재범률은 7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경찰서 장인성 형사계장은 “20대 전후의 떼강도 대다수가 감방에서 만나 범죄 수법을 서로 가르치고 배워 출소한 이후 몰려다니는 이른바 ‘감방동기생’”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교도소의 교정행정이 계속 개선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과거 ‘형무소’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정시설 현황과 개선점=국내 교정시설 수용인원은 15일 현재 5만7978명. 수용자를 직접 관리하는 정복 교도관 수는 1만1164명으로 교도관 1인당 수용자 수는 5.2명이다.

하지만 근무교대와 지원 부서 업무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론 사동 담당 교도관 1명이 수용자 100∼200명을 관리하고 있다. 세심한 수용자 관리가 불가능한 ‘기형적’ 구조다.

또 교도소에서 사회정착을 위한 직업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개선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교도소 경험 자체가 ‘사회 부적격자’라는 낙인으로 통해 출소자의 사회정착이 힘들다”면서 “현재의 시스템에서는 아무리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도 범죄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형자의 출소 후 사회 복귀를 위한 실질적인 교육 훈련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영국은 석방 10개월 전 거주와 직업훈련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하우징(Housing) 제도’를, 미국은 연방정부와의 계약에 의해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는 ‘중간거주지’(Halfway House·행형시설과 사회와의 중간이라는 뜻) 제도를 활용해 재소자들의 사회정착을 돕고 있다.

▽청소년기 교화도 중요=사회를 뒤흔들었던 강력범죄의 주범들은 유씨처럼 순탄치 못한 가정환경에서 어렵게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다. 1996년 시민 5명을 살해한 ‘막가파’ 조직원 5명은 모두 편부 편모 슬하에서 자랐다. 정씨도 아버지를 잃은 뒤 어머니가 가출하자 보육원에서 자란 것으로 밝혀졌다. 소년범 보호자별 현황을 보면 편부 편모이거나 부모가 없는 경우가 전체 20%에 이르고 있다.

한국청소년상담소 관계자는 “예산 등을 이유로 불우한 청소년들을 방치한다면 나중에 그 아이들이 컸을 때 사회가 안게 될 부담은 엄청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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