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서 지원자들의 신청을 받아 최저생계비만으로 7월 한 달간 생활하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인의 최저생계비는 월 1인 기준으로 36만8266원이며 4인가족의 경우는 105만5090원. 이 행사는 최저생계비를 현실화하고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갈수록 높아지는 복지수준에 대한 요구를 현실정책에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나성린(羅城麟·51) 교수가 삼성복지재단 복지사업팀 김성원 과장(39),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생 박선영씨(24), 서울 풍문여고 2학년 최동이양(16)을 만나 ‘경제정의와 사회복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나성린 교수=사회복지제도에는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같은 사회보험을 비롯해 국민기초생활법과 같은 공적 부조, 양로원 보육원과 같은 사회복지서비스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복지제도가 왜 필요할까요?
▽박선영=교통사고나 암, 부모의 사망 등 갖가지 사회적 위험을 개인 혼자서 감당하기는 어렵습니다. 과거에는 이런 부담을 가정에서 모두 떠맡았지만 이제는 사회가 함께 나눠야지요.
▽나 교수=함께 나눈다는 측면에서 복지는 경제정의와 관련돼 있습니다. 경제정의에 대해 우파는 정부의 간섭 없이 자기 노력만큼 받는 것이라 생각하는 반면, 좌파는 모든 사람들이 동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평등한 사회란 어떤 사회라고 생각하나요?
▽최동이=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보장받고 또 이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사회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사회 환경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는 국가가 나서 도움을 줘야 합니다.
▽김성원=능력에 대해 보상을 하되 그 수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가령 100을 투입해 500이나 1000을 얻으려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노력한 만큼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면 그 사회는 불평등합니다.
▽나 교수=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나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이들에게 더 많은 보상을 줌으로써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불안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지요. 나라마다 빈곤층을 구분하는 기준은 다르지만 한국에는 약 10%가 빈곤층에 속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4인 가족 최저생계비가 105만원가량인데 한 달 소득이 이에 미치지 못하는 가정이 많습니다. 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박=조세제도와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불균형을 해소해야 합니다. 특히 부자는 세금을 많이, 가난한 사람은 적게 내게 함으로써 소득을 재분배해야 합니다. 저소득층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사회보장제도도 운영해야 하고요.
▽나 교수=그렇다면 어느 수준까지 불평등을 완화해야 할까요? 소득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함을 의미합니다. 매년 차이는 있지만 나라별 지니계수를 보면 멕시코는 0.4, 한국은 0.35 스웨덴은 0.2 정도입니다. 그런데 복지제도가 정비된 서구에서는 ‘복지병’이란 말이 있지요. 관대한 복지제도로 인해 국가 재정이 바닥나고 사람들은 일도 저축도 하지 않으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죠.
▽박=사회복지 예산이 국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에 불과한 현실에서 복지병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른 것 같아요. 지금은 사회복지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봅니다.
▽김=지나친 복지정책으로 생기는 문제보다 청소년범죄 등 복지대책이 미흡해 발생하는 사회적 부작용에 대한 비용도 고려해야 합니다. 물론 복지수준은 돈의 문제와 결부되기 때문에 국가재정에 맞춰 어느 정도로 복지정책을 펴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나 교수=최근 국민연금에 대한 논란이 거셉니다. 지금 국민연금 강제징수가 논란이 되는 것은 연금 고갈에 대한 우려와 함께 지금 당장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어요.
▽박=국민연금은 사회연대 차원에서 젊은 세대가 일정부분을 감수해야 합니다. 지금은 젊은 세대가 노인 세대를 부담하고 있지만 세월이 흐르면 지금의 젊은 세대도 그 아래 세대에 의지할 수밖에 없잖아요?
▽최=사회복지를 위해서는 정부 못지않게 사회적 인식도 중요한데, 한국 사회는 기부에 너무 인색한 것 같아요.
▽김=물론 선진국에 비하면 한국의 기부문화가 척박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몰래 어려운 사람을 도와 온 연예인도 있고, 개인 차원에서 기부를 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어요.
▽박=이제 사회복지를 국가가 베푼다는 시혜적인 측면이 아니라 국민이 함께 한다는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최=국가가 복지의 중심축으로 기능을 하되 사회단체 등과 연계해 일정부분 역할을 분담토록 하는 거죠.
▽나 교수=종교단체들이 다양한 복지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을 보건복지부와 연결해 지역, 학교, 계층별로 나눠 맡으면 보다 효과적으로 사회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겁니다.
▽김=과거 군사정권 시절 보육원 등 복지시설을 모두 서울에서 몰아내도록 한 적이 있습니다. 극단적 사례지만 국민을 위한 복지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 입안자들의 사고방식이 변화할 필요가 있어요. 또 보육원 등 복지시설은 소규모로 가정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이 좋은데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대형화돼 있습니다.
▽나 교수=복지사회를 만들기 위해 정부는 제도를 마련하고 소외계층과 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교육을 전개해 나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또 보육원이나 장애인시설을 못 짓게 하고 장애인 채용을 꺼리는 경우가 많은데 국민들의 의식도 함께 변화돼야 할 겁니다.
정리=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사회복지 이해를 돕는 책▼
▽제3의 길(앤서니 기든스·생각의 나무)=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복지 국가를 위한 대안을 제시.
▽빈곤론(이두호 나성린 외·나남)=빈곤의 원인을 파악하고 빈곤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시.
▽사회보장론(김태성·청목)=사회복지학자의 시각에서 사회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의.
▽사회복지정책(이정우·학지사)=경제학자가 본 사회복지정책의 방향.
▽사회복지의 사상(노만베리·허구생 역·온누리)=사회복지사상에 대해 알기 쉽게 해설.
▽한국의 사회복지(한국사회복지연구회 편·유풍)=한국의 사회복지제도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복지 현실을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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