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판결은 송씨가 ‘김철수’라는 가명으로 북한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활동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보았다. 황장엽씨의 진술 등에 의문점이 많고 송씨가 후보위원 경력을 갖추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1심 판결은 이러한 증거에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1심과 2심의 판단 중에서 어떤 게 옳은지는 최종심인 대법원 판결에 맡길 도리밖에 없다.
2심은 1심과 달리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관점에 의한 저술활동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친북 편향성은 인정되나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여과될 수 있는 정도라고 판단했다. 학문과 사상의 자유를 1심보다 넓게 인정하면서 위법성을 더 엄격하게 판단한 것은 최근 국가보안법 개정 움직임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의 세습 독재, 인권 유린, 경제 파탄을 직시하지 않은 ‘내재적 접근법’ 또는 ‘경계인’에 관한 송씨의 주장은 정확한 현실 인식에 바탕을 두었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유죄 무죄라는 사법의 차원을 넘어서 학문적 사회적 비판을 받을 대목이다.
2심 재판부는 송씨가 5차례 밀입북하고 김정일과 서신을 주고받고 노동당 가입사실을 숨기고 황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행위는 유죄로 인정했다. 송씨는 비록 풀려났지만 이러한 점에서 자숙과 반성이 따라야 한다.
송씨 사건은 냉전시대의 유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의 좌경화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차분하게 대법원 판결을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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