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철, 15일 도주때 증거인멸…4년전에도 조사받다 도주

  • 입력 2004년 7월 22일 02시 05분


연쇄살인범 유영철(柳永哲·34)씨가 4년 전에도 경찰조사를 받다가 손목을 물어뜯는 자해소동을 벌여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도중 도주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서울 양천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2000년 3월 3일 경찰관을 사칭해 윤락행위 단속을 하는 척하며 김모양(당시 15세·윤락녀)과 성관계를 가진 혐의(공무원자격사칭 및 강간)로 긴급체포됐다.

다음 날 오전 4시25분경 유씨는 유치장에서 왼쪽 손목을 입으로 물어뜯는 자해소동을 벌여 인대 봉합수술을 받기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유씨는 병원에서 “소변이 마려우니 혼자 있게 해 달라”며 간호사를 내보낸 뒤 수술실 창문을 열고 2층에서 뛰어내렸다. 경찰 5명이 당시 수술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유씨가 도주하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도주행각을 벌이던 유씨는 3월 15일 아내를 만나러 갔다가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고, 같은 해 10월 징역 3년6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이 사건은 유씨의 기막힌 도주행각뿐만 아니라 유씨가 서울의 한 윤락가에서 윤락녀와 성행위를 하던 서울 종암경찰서 소속 경찰관에게 “관련 사실을 폭로하지 않을 테니 신분증을 달라”고 협박해 신분증을 빼앗았던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큰 물의를 일으켰다.

이 때문에 경찰이 15일 유씨를 체포했을 때 유씨의 이런 전력을 확인했더라면 도주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유씨는 15일 도주한 뒤 자신의 오피스텔에 들러 각종 증거물을 인멸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1월 절도 혐의로 서울 서대문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다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했던 적도 있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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