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유럽풍 벼룩시장

  • 입력 2004년 7월 22일 14시 20분


유럽에 가 본 일이 있다면 한번 쯤 벼룩시장에 들러봤을 법 하다. 손 때 묻은 골동품과 단돈 몇 유로짜리 코트를 살 수 있고 왁자지껄 흥정소리가 가득한 곳. 영국 런던 캄덴타운의 캄덴록이나 영화 '노팅힐'의 배경인 런던 노팅힐게이트의 포토벨로마켓, 프랑스 파리의 끌리냥꾸르, 몽트뢰이 등은 모두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한 벼룩시장이다.

벼룩시장이란 말은 프랑스에서 유래됐다.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사라졌다가 경찰이 가면 다시 나오는 모습이 마치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최근 서울에서도 유럽풍 벼룩시장들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경제 불황에 가벼워진 주머니로도 하루 종일 신나는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벼룩시장에 함께 가보자. 모두 허가를 받고 하는 곳이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달 10일 3곳의 벼룩시장 풍경을 스케치했다.

▽홍대 예술시장 '프리마켓'=홍익대 정문 오른쪽에 매주 토요일 오후 1~7시에 열리는 프리마켓은 벼룩시장을 의미하는 'flee market'이 아니고 'free market'이다. '세상에서 오직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인 수공예품들이 많다. 창업 전에 사람들의 반응을 알아보려고 나온 작가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유명 작가까지 60~70명이 모여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창작 예술품이기 때문에 가격이 많이 저렴하지는 않은 편.

뉴질랜드인 스티븐(35)은 "물건들이 너무 창의적이고 신기해 인사동보다 더 재미있다"며 연신 'great'를 외쳤다.

지나가는 사람들만 구경해도 재미있다. 가닥가닥 땋은 레게머리를 한 사람, 체크무늬 치마의 스코틀랜드 복장을 한 사람, 힙합 스타일의 청소년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공존하며 문화를 감상한다. (cafe.daum.net/artmarket)

▽광화문 시민벼룩시장=5호선 광화문역 2번 출구의 열린시민마당에서는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말 그대로 '시민벼룩시장'이 열린다. 상인들은 참여할 수 없으며 시민들이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서로 교환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2번째 참가한다는 덕수초등학교 2학년 한효정양은 이날 열쇠고리 티셔츠 장난감 등을 가지고 나와 1만3000원어치나 팔았다. 자신이 정한 가격에 물건을 팔지만 장사가 잘 안 되는 날엔 주변 반응을 살펴가며 가격을 조정한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경제마인드를 익히고 있는 셈이다.

반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조문주씨(31· 경기 구리 동구중 교사)는 "아이들이 시장의 특성에 빠르게 반응하고 대처해 놀라울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참여한 시민들은 수입 가운데 일부를 화상 입은 한 소년을 돕는데 기부했다.

(www.happymarket.or.kr)

▽서초벼룩시장=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서초구청 주변에서도 벼룩시장이 열린다. 서초구청에서 주관하는 시장으로 집에서 쓰던 물건을 갖고 나온 시민들과 장사를 위해 나온 상인들이 섞여있다. 한 상인은 "아침 5시부터 줄을 서서 번호표를 받았는데 가장 좋은 자리인 도로변 자리를 받지 못했다"며 울상이다.

의류에서부터 골동품, 카메라, 비디오까지 다양한 제품을 팔며 공휴일과 비 오는 날에는 열리지 않는다.

딸과 함께 나온 양혁씨(39)는 "요즘 장난감 가격이 비싼데, 여기서는 3000원 내외면 살 수 있어 한 달에 한번쯤 나온다"고 말했다. (문의 서초구청 가정복지과 02-570-6490)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