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환경보호청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시민 대다수가 생수를 사서 마시기는 하지만 수돗물을 마셔야 할 때 끓이지 않고 그냥 마시는 비율도 56%나 됐다. 하지만 우리는 1% 수준에 불과하다. 수돗물을 그냥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을 정도로 불신이 심하다.
수돗물을 생산·공급하는 기관은 의외로 다양하다. 지방자치단체 및 수자원공사 등 168개의 수도사업자들이 550여개의 정수장에서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정수장마다 원수 및 처리 관리기술 수준이 천차만별이어서 수백개의 각기 다른 수돗물 제품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에게는 그 어떤 차별성도 알려져 있지 않다. 이로 인해 어느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전체 수돗물의 이미지가 한꺼번에 추락되는 것이다.
공산품의 경우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회사의 제품이 단연 인기가 높다. 최근에는 각종 농산물도 신뢰감을 주기 위해 생산자를 표시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수돗물은 생산자표시를 하기 어렵지만 방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미국은 ‘소비자신뢰보고서’라는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가정마다 그 집에 공급되는 수돗물 관련 정보, 즉 정수장 명칭과 담당자 이름, 수돗물 원수의 종류, 수질검사 결과와 용어해설 등의 정보를 시민들이 이해하기 쉬운 보고서 형태로 만들어 우편물로 전달하고 있다.
수돗물 신뢰도가 극히 낮은 우리나라야말로 이런 제도가 절실하다. 실명제와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의 검증을 받도록 하는 것이 수돗물 신뢰회복의 지름길이다.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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