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간염 감염혈액 대량 시중 유통

  • 입력 2004년 7월 22일 18시 58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와 간염 양성반응을 보인 혈액이 대량으로 시중에 유통돼 수혈용이나 의약품 원료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보건복지부는 진단검사의학회와 공동으로 199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파악된 부적격 혈액을 조사한 결과 모두 1205건의 양성 혈액이 음성으로 잘못 판정됐다고 22일 밝혔다. 1205건 중 에이즈 양성 혈액은 47건이며 B, C형 간염 양성 혈액은 각각 721건과 437건으로 나타났다.

▽시중에 유통된 양성 혈액=47건의 에이즈 양성 혈액 중 2건은 실제 수혈에 사용됐으며 3건은 의약품의 원료인 ‘혈장분획제제’ 형태로 제약사에 공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복지부는 “2명에게 수혈된 에이즈 양성 혈액은 한 사람이 헌혈한 피며, 헌혈자를 최종 검사한 결과 에이즈 음성으로 판명돼 병을 옮기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원료는 약 제조 과정에서 에이즈가 박멸되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간염의 경우 수혈용으로 203건이 사용됐으며 약품 원료용으로는 480건이 출고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간염 혈액 수혈자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78명 중 55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간염 혈액이 사망의 원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이처럼 양성 혈액이 대량으로 시중에 유통된 이유는 대한적십자사 직원들의 혈액관리 소홀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에 따르면 에이즈의 경우 최종 판정 결과를 직원들이 잘못 입력해 양성이 음성으로 바뀐 경우가 45건이며 판정기준 자체를 잘못 설정한 오류도 2건으로 밝혀졌다. 간염도 판정 결과를 잘못 입력한 오류가 1100여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책=복지부는 숨진 수혈자에 대해 역학조사를 실시해 수혈이 사망 원인으로 밝혀지면 적십자사가 적절한 보상을 하도록 할 방침이다.

또 수혈로 감염된 환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고 관련 직원과 책임자를 엄중 문책할 방침이다.복지부는 또 혈액검사 결과를 다른 검사자와 상급 검사자가 이중으로 확인하고 새로 실시한 검사 결과가 과거와 다르면 원인이 규명되기 전까지 검사 결과를 확정하지 않기로 했다. 복지부는 적십자사의 혈액업무를 평가하는 전문부서를 신설하고 △수혈 안전 가이드라인 작성 △근무자의 표준업무지침 보완 △혈액관리 위반시 엄격한 벌칙 부여 △혈액업무 직원 재교육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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