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先파업-後교섭 관행 이젠 끝내야

  • 입력 2004년 7월 25일 18시 46분


인천에 이어 서울과 부산 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철회했다. 특히 4개 도시 지하철 노조 가운데 영향력이 가장 큰 서울지하철 노조는 사실상 ‘백기(白旗) 항복’을 했다. 수도권 대중교통체계 개편에 따른 혼란의 와중에서 우려했던 교통대란이 빚어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파업이 남긴 교훈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서울지하철 노조가 파업을 철회한 가장 큰 이유는 일부 노조원이 파업 유보 후 교섭 재개를 촉구하면서 농성장을 떠나는 등 안에서부터 ‘대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들의 지하철 관련 부채가 13조원을 넘는 현실에서 무리한 임금 인상과 증원을 요구하는 노조에 대한 국민의 싸늘한 시선과 정부의 원칙적 대응도 파업을 계속하기 힘들게 한 주요인이다.

이는 불법이든 합법이든 파업부터 먼저 하고 교섭은 나중에 하는 막무가내식 노동운동의 설 자리가 없어졌음을 뜻한다. 이런 후진적인 관행으로는 국민적 공감은 고사하고 노동계 내부의 결속력조차 유지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번에도 노동계가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다. 2000∼2002년 파업에 따른 우리나라 근로자 1000명당 연평균 손실 근로일수는 일본과 스웨덴의 111배, 독일의 37배, 미국의 2배였다고 한다. 노사가 합심해서 신기술 개발과 생산성 혁신에 매진해도 모자랄 판에 파업으로 힘을 축내서야 언제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겠는가.

노동계는 지하철 파업 실패를 노동운동이 투자 활성화의 최대 걸림돌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직 불법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LG칼텍스정유 노조는 당장 근로현장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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