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기 연쇄살인]유씨 입만 바라봤던 경찰

  • 입력 2004년 7월 25일 19시 10분


서울지방경찰청 기동수사대는 25일 “연쇄살인범 유영철(柳永哲·34)씨에 대한 열흘 동안의 수사를 마무리하고, 26일 오전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유씨는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유씨의 범행동기, 추가범행 여부, 증거불충분 등 남은 숙제는 많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소직전까지 최대 20일 동안 유씨를 재신문하면서 의문점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유씨 진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씨는 경찰에 처음 검거됐을 때 “서울 서남부 지역 살해사건을 포함해 2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에는 “서남부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추가범행을 캐물으면 유씨는 “그 범행까지 뒤집어써 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진범이 잡히면 경찰의 공든 수사가 다 무너지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경찰을 설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

유씨의 진술 외에는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유씨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면서 설득 위주의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또 유씨가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사를 살해할 때 이용했다고 밝힌 둔기 외에는 이렇다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물증이 별로 없어 유씨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혐의입증이 곤란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는 의문점=현재로선 유씨의 추가범행 여부와 범행동기가 가장 큰 관심사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2월 초순,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상 연쇄살인범은 일정한 주기로 계속 범행을 저지른다는 특징이 있다. 검찰은 유씨가 이 기간에 추가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은 “유씨가 스스로 잡범이 아니라는 인상을 풍기면서 ‘부자 및 행실이 나쁜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경찰관을 사칭해 노점상과 의류판매상을 살해한 사건이 드러났으며, 잡범 수준의 범행도 적지 않아 이 부분은 경찰이 기존에 밝힌 범행동기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시험받는 경찰 수사=경찰은 15일 오전 전화방 업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날 밤 놓치는 등 허술한 수사력을 그대로 노출했다. 경찰은 26일부터 경찰 수사과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자체감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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