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결과 유씨는 21명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유씨의 범행동기, 추가범행 여부, 증거불충분 등 남은 숙제는 많다. 이에 따라 검찰은 기소직전까지 최대 20일 동안 유씨를 재신문하면서 의문점을 풀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유씨 진술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유씨는 경찰에 처음 검거됐을 때 “서울 서남부 지역 살해사건을 포함해 26명을 살해했다”고 진술했다가, 최근에는 “서남부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을 바꿨다.
경찰이 추가범행을 캐물으면 유씨는 “그 범행까지 뒤집어써 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진범이 잡히면 경찰의 공든 수사가 다 무너지지 않겠느냐”며 오히려 경찰을 설득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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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씨의 진술 외에는 단서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경찰은 유씨 비위맞추기에 급급하면서 설득 위주의 수사를 해왔다.
경찰은 또 유씨가 부유층 노인과 출장 마사지사를 살해할 때 이용했다고 밝힌 둔기 외에는 이렇다할 물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최인섭 실장은 “물증이 별로 없어 유씨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혐의입증이 곤란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는 의문점=현재로선 유씨의 추가범행 여부와 범행동기가 가장 큰 관심사다.
유씨는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올 2월 초순, 4월 중순부터 6월 초순까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상 연쇄살인범은 일정한 주기로 계속 범행을 저지른다는 특징이 있다. 검찰은 유씨가 이 기간에 추가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에 대해 철저히 조사를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경찰은 “유씨가 스스로 잡범이 아니라는 인상을 풍기면서 ‘부자 및 행실이 나쁜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후 경찰관을 사칭해 노점상과 의류판매상을 살해한 사건이 드러났으며, 잡범 수준의 범행도 적지 않아 이 부분은 경찰이 기존에 밝힌 범행동기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분이다.
▽시험받는 경찰 수사=경찰은 15일 오전 전화방 업주들의 제보를 바탕으로 유씨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으나 이날 밤 놓치는 등 허술한 수사력을 그대로 노출했다. 경찰은 26일부터 경찰 수사과정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자체감찰을 실시할 예정이다.
정원수기자 needjung@donga.com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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