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회사엔 ‘모유 짜는 방’ 있니?

  • 입력 2004년 7월 2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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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젖을 앞에 두고 있는 아기의 표정이 너무나 해맑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개최한 ‘엄마 젖 최고’ 사진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작품. -사진제공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엄마의 젖을 앞에 두고 있는 아기의 표정이 너무나 해맑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개최한 ‘엄마 젖 최고’ 사진 콘테스트에서 입상한 작품. -사진제공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
《“임신 전부터 아기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모유를 먹여야겠다고 생각했는데 회사에 이를 위한 공간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출산휴가를 끝내고 4개월 된 아기에게 모유를 먹이고 있는 삼성전자 인사팀의 서숙영씨(27)는 “직장에서 모유 수유를 위한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성해줘 직원들이 모유 수유를 당연하게 여기고 실천한다”고 소개했다.》

● 다음주 ‘세계 모유수유 주간’ 행사

이처럼 최근 기업과 관공서에서 ‘모유 짜는 공간’을 마련하고 공공장소에 여성이 아기에게 젖을 먹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등 한국에서 모유 수유 분위기가 뜨고 있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 수유 공간이 잇따라 생겨 요즘 같은 휴가철에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한결 편해졌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이은미 모유수유팀장은 세계모유수유연맹(WABA)이 정한 12회 세계 모유 수유 주간(8월 1∼7일)을 맞아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산모가 선진국에서는 80∼90%에 이르지만 한국은 아직 20% 이하에 머물러 있다”면서 “직장 여성이 도저히 모유를 먹일 수 없는 환경이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많은 여성이 모유 수유를 하기 위해 회사 화장실에서 젖을 짜야만 하는 현실에서 최근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변화의 움직임=이랜드 한국IBM 삼성 등에서는 여성 직원이 젖을 짜냈다가 나중에 아기에게 먹일 수 있도록 휴식공간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봄 여성 직원이 임신 생리통 등으로 몸이 불편할 때 쉴 수 있는 ‘모성보호실’을 선보이면서 젖 짜는 공간을 별도로 만들었으며 이후 17개 건물에 각각 이 시설을 마련했다. 삼성SDS 삼성생명 삼성전기 등 삼성의 다른 계열사에서도 잇따라 모유 짜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삼성전자 수원공장 내 건물마다 마련된 모성보호실. 임산부나 생리중인 여성이 쉴 수 있는 공간 안쪽에 젖을 짜는 방이 마련돼 있다. - 사진제공 삼성전자

● 기업체-지하철역 등 공간마련 확산

지하철 역사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젖을 먹일 수 있는 공간이 생기고 있다. 올해 1월 서울 지하철역사 중 5호선 광화문역과 7호선 고속터미널역에 각각 수유공간이 생겼고 조만간 7, 8군데에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지난해 4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안성휴게소를 필두로 서해안 행담도와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주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칠곡, 양산, 중부내륙 선산 등 7곳에 수유실이 생겼다. 또 파우더룸 50곳에서 수유가 가능하다.

또한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와 보건복지부, 여성부, 서울시 송파구청 등에서도 모유수유실을 운영 중이며 공간 설치를 위해 준비하는 곳이 적지 않다.

▽모유 수유를 위해=모유 수유를 위해서는 직장에서 2∼3시간 간격으로 젖이 부풀어 오를 때마다 15∼20분 젖을 짜서 모유 팩에 보관한 다음 집에 갖고 가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손으로 젖을 짰을 경우 상온에서 8시간 정도 보관할 수 있으며 기계로 짠 젖은 이보다 보관시간이 약간 짧다.

모유는 냉장실에서는 72시간, 냉동실에선 2개월 정도 둘 수 있다. 냉동실에 보관한 모유는 수유 전날 밤 냉장실로 옮겨 꽁꽁 언 기운을 없앤다. 그 뒤 가스레인지의 약한 불로 미지근하게 데워 먹이면 된다. 생후 4주 이전의 아기에겐 젖병에 담지 말고 컵이나 숟가락으로 떠먹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모유 팩하면 고가의 수입품이 전부였지만 최근 멸균 처리돼 위생적이고 눈금이 있어 편리한 1회용 국산 모유 팩이 보급되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유축기와 모유 팩을 묶어 팔고 있는데, 출산 기념 선물로 큰 인기다.

● 회사서 팩에 짜뒀다가 집에서 수유

모유를 먹이는 여성이 아기와 낮 시간에 떨어져 있어야 한다면 가급적 밤에 함께 자면서 수시로 젖을 먹이는 것이 좋다.

많은 여성들이 이렇게까지 하면서 젖을 먹여야 하느냐고 말하지만 자신의 젖을 먹여 키운 아이와 ‘소젖’을 먹여 키운 아이는 건강과 지능 발달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모유를 먹이는 것은 사교육비를 줄이고도 아이가 공부를 잘하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기가 병치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만 해도 모유를 먹인 보람이 나타난다.

“최근 유방암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 유방암이나 난소암 등 여성의 많은 질환을 예방하는 손쉬운 방법이 바로 모유 먹이기입니다. 모유를 먹이면 산후 회복이 촉진되고 아기뿐 아니라 산모도 건강해집니다.”(서울대병원 일반외과 노동영 교수)


▼젖 제대로 먹이려면▼

아기에게 젖을 잘 먹이는 첫 번째 방법은 처음부터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것이다. 아기가 신생아실에서 젖병 꼭지에 익숙해지면 산모가 젖을 먹이는 데 애를 먹게 된다. 따라서 산모는 분만실에 들어가기 전에 병원측에 부탁해 분만 후 어느 정도 회복이 되면 바로 아기에게 젖꼭지부터 빨리도록 한다.다음은 모유를 먹이는 산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이다. 이 밖에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운영하는 ‘엄마젖 최고’(www.mom-baby.org) 등에서 모유 수유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젖이 부족해 모유를 수유할 체질이 아닌 것 같아요.

“많은 산모가 스스로 모유 부족으로 짐작해 모유 수유를 포기하는데 모유 부족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누구나 처음 사흘 정도는 젖이 잘 안 나오다가 아기가 젖을 빤 지 3, 4일째부터 정상적으로 젖이 나온다. 자주 먹일수록 젖은 잘 나온다. 다만 아기가 젖을 먹어도 보채며 울거나 젖을 삼키는 소리를 내지 않을 경우 또는 출산 사흘 후 아기에게 갈아주는 기저귀가 대여섯 장이 안 되거나 몸무게가 태어난 직후보다 오히려 빠질 때에는 모유 부족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의사와 상의해서 젖을 끊을지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

―젖이 물젖이에요.

“대부분 모유 수유를 지속해도 된다. 처음 젖은 당연히 투명한데, 이 물젖은 아기의 목을 축이기 위해 수분이 많은 상태로 나오는 것이다. 아기가 5∼10분 젖을 빤 뒤 젖을 짜보면 뽀얀 색으로 변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수유가 어느 정도 진행된 뒤 물젖이 나오는 것은 아기에게 목을 축이며 식욕을 증진하라는 인체의 배려다. 한편 젖을 먹는 아기가 설사한다고 모유 수유를 끊는 산모도 있지만 아기의 대변이 묽은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유방이 딱딱해지고 아파 수유를 하기가 힘듭니다.

“이른바 젖몸살이 왔어도 요령만 알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수유 2∼5분 전 뜨거운 물이나 핫팩으로 마사지하고 손으로 젖을 짜줘 젖꽃판(유륜)을 부드럽게 한 다음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 좋다. 아기가 젖을 자주 빨수록 젖몸살에서 벗어나기가 쉽다. 통증이 아주 심하다면 의사와 상의해 진통제를 먹거나 다음 수유 전에 냉찜질을 한 다음 뜨거운 물이나 핫팩으로 마사지하고 젖을 먹이도록 한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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