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춘 정보본부장 자진전역…軍수뇌 중징계 방침에 스스로 옷벗어

  • 입력 2004년 7월 26일 18시 53분


일부 언론에 군사정보를 유출한 합동참모본부 박승춘(朴勝椿·육군 중장) 전 정보본부장이 26일 전역 의사를 밝히자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그 배경과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군 내부 파장 확대=그의 전역 소식을 전해 들은 군 정보관계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다른 병과의 군 간부들도 그가 사의를 표했다는 말에 술렁이는 분위기였다. ‘서해 핫라인 보고 누락’ 사건의 핵심 책임자에 대해서조차 대통령이 ‘경고적 조치’를 내려 경징계를 하기로 한 상황에서 그가 옷을 벗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19일 대통령의 재조사 지시 이후 합동조사단의 조사가 자신의 부하직원들에게로 집중되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련 자료를 언론에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보고 누락을 한 곳이 작전계통이었고 14일 북의 호출내용 역시 일반 어선도 들을 수 있는 국제상선공통망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역을 시키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더욱이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정보본부 백운고 정보융합처장(준장)과 관련 과장(대령)이 문책대상으로 결정된 데 이어 박 전 본부장마저 옷을 벗게 되자 정보본부는 줄초상이 난 2002년 서해교전 당시의 악몽까지 떠올리고 있다.

▽중징계 방침과 반발?=국군기무사령부는 박 전 본부장이 언론에 유출한 군사정보에 대해 장고 끝에 결국 군사기밀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조영길(曺永吉) 국방부 장관과 김종환(金鍾煥) 합참의장은 20일 그를 불러 사안의 심각성과 중징계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 전 본부장은 부인했지만 ‘언론플레이’를 한 게 분명하다는 점에는 군 수뇌부간에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박 전 본부장은 기무사의 조사와 합참의장 보고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무죄를 강력히 주장했다. 박 전 본부장이 “중징계를 받느니 아예 옷을 벗겠다”고 군 수뇌부를 향해 불만을 터뜨렸다는 소문도 나돌고 있다.

국방부와 합참 관계자들은 그의 전역이 반발로 해석될 경우 군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역 의사를 밝힌 직후 박 본부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군에 누를 끼쳤다는 점에서 전역을 결정했다”며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박 전 본부장의 잘못=기무사는 일부 언론에 유출된 14일 남북 함정간 교신내용과 15일 북의 전화통지문 자료는 ‘평문(平文)’에 해당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기무사는 2000년 대법원이 군사 대외비(對外秘)를 폭넓게 해석했던 판결에 주목하고 두 가지 정보를 대외비로 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평문일 경우 유출자가 처벌받지 않지만 대외비 이상의 군사비밀은 정보공유자가 엄격히 제한되며 유출시 형사처벌을 받는다. 하지만 두 정보의 기밀분류는 그에게 올라오기 전 여러 단계를 거쳐 평문으로 결정됐다.

그가 위반한 규정은 △개인은 임무와 관련해 보안책임을 진다 △중앙매체의 보도는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 참모총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군사 사항을 군 외부에 발표할 때 국방부 장관이나 참모총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박승춘 전 합참 정보본부장의 군사정보 유출 일지
내용
7월 14일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 침범. 해군 및 합참, 북한 경비정과의 핫라인 교신 내용 보고 누락
15일국가정보원 핫라인 보고 누락 포착, 국방부 합참 내부 조사
16일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 국방부 ‘보고 누락’ 사실 발표하고 정부합동조사단 구성
19일합조단 조사결과 노무현 대통령에게 1차 보고. 노 대통령 추가 조사 지시. 합조단 정보계통 집중 조사. 박승춘 전 합참 정보본부장 일부 언론에 남북 함정 교신 내용과 북의 전화통지문 자료 제공
20일일부 신문, 군사정보 보도. 박 전 본부장의 군사정보 유출 드러나자 국군기무사령부, 박 전 본부장 조사 시작
23일합조단 박 전 본부장 사건을 제외하고 ‘보고 누락’과 관련해 최종 조사 결과 발표
26일박 전 본부장 자진 전역 의사 표명
?대통령 재가 후 전역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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