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는 광주전남 장애인인권연대 회원과 봉사자들과 함께 낮 12시5분발 전북 정읍행 KTX를 타기 위해 광주역 대합실에 들어섰으나 우선 표를 끊기가 수월치 않았다. ‘장애인 등을 위한 편익증진법’에 매표창구 안쪽은 휠체어 발판이 들어갈 수 있도록 45cm의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도 그 폭이 15cm에 불과했던 것.
어렵사리 표를 끊은 박씨는 플랫폼에서 KTX에 오르는 일도 쉽지 않았다. 플랫폼과 열차 사이 높이가 45cm인데도 전동 리프트 시설이 없어 봉사자가 경사판을 놓고 휠체어를 밀고 올라가야 했다.
열차에 오르기는 했지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18량 열차의 총 937석의 좌석 가운데 휠체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좌석은 2개 뿐이었고 2개 마저도 안전벨트나 휠체어를 고정시킬 수 있는 시설이 없었다.
객실 통로 폭은 80cm가 채 안돼 휠체어가 지나갈 수 없어 함께 탄 장애인들은 객차와 객차를 연결하는 공간에 갇혀 있어야 했다. 화장실도 휠체어가 회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좁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았다. 박씨는 “좌석이 부족해 함께 나들이 하려던 25명은 KTX에 오르지도 못했다”면서 “불편한 게 너무 많아 정읍에서 광주로 내려올 때는 새마을호를 이용했다”고 말했다. 김효동 장애인인권연대 집행위원장은 “현재 등록된 장애인이 전 국민의 4%로 최소한 전체 좌석의 4%인 40석 정도만이라도 장애인 좌석으로 만들고 장애인들과 동행하는 사람도 할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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