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 발길질’ 상황 연출 공방

  • 입력 2004년 7월 28일 00시 12분


연쇄살인사건 피해자 유가족을 경찰관이 발길질한 사건과 관련해 서울경찰청기동수사대 강대원 대장은 27일 “유가족이 ‘유씨의 얼굴을 볼 수 있도록 모자를 벗겨달라’는 일본 O프로덕션의 요청에 따라 유영철씨에게 달려들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은 보도자료를 통해 “O프로덕션 직원이 ‘유씨 얼굴을 보여줄 테니 같이 가자’며 유가족을 승합차에 태워 ‘피의자의 모자를 벗기라’는 임무를 준 뒤 현장에서 순간적으로 포토라인 통로를 개방해 돌출 행동을 유발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O프로덕션은 일본 H방송사에 방송자료를 제공하는 업체다.

하지만 경찰이 제보자라고 밝힌 경쟁 방송사 직원 W씨는 “그런 제보를 한 일이 없다”며 “다른 기자들에게 ‘프로덕션사가 피해자를 데리고 온 것으로 보아 다 시킨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O프로덕션의 업무를 지원하는 M사 사장 정모씨는 “유가족이 ‘유씨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해서 동행 취재를 한 것뿐”이라며 “연출하거나 돌출 행동을 유발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발에 차여 입원한 여성의 남편인 전모씨(48)도 “범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M사가 돌출 행동을 하라고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장실로 전화를 걸어 “경찰들이 고생을 많이 했는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죄송하다”며 “(발길질을 한) 경찰관을 선처해 달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이날 유가족에게 발길질을 한 기동사수사대 이모 경사(45)를 서울 청량리경찰서로 전출하고 감봉 이상의 중징계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허준영(許准榮) 서울경찰청장은 이 사건에 대해 홈페이지(www.smpa.go.kr)에 사과문을 게재했다.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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