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시험 부활 뜨거운 찬반 논란

  • 입력 2004년 7월 29일 18시 41분


코멘트
《공정택(孔貞澤)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가 28일 ‘공부 잘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의 초중등교육 전반에 큰 변혁과 파장이 예상된다. 공 당선자는 특히 “인성과 특기·적성 개발에 주력한 유인종(劉仁鍾) 현 교육감과 달리 학력 신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다. 이는 앞으로 지난 8년간의 ‘유인종 시대’와는 정반대의 교육정책이 시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공정택(孔貞澤)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28일 ‘공부 잘하는 학생’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서울의 초중등교육 전반에 큰 변혁과 파장이 예상된다.

공 당선자는 특히 “인성과 특기 적성 개발에 주력한 유인종(劉仁鍾) 현 교육감과 달리 학력 신장에 역점을 두겠다”고 분명히 선을 긋고 나섰다. 이는 앞으로 지난 8년간의 ‘유인종 시대’와는 정반대의 교육정책이 시행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일선 학교에서는 “보다 책임감 있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육단체들은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리는 비교육적 정책”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 당선자는 28일 실시된 교육감선거에서 전교조 등 15개 교육단체의 추천을 받은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초등학교 ‘수우미양가’ 부활하나(POLL)

▽학력 향상 최우선=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수우미양가’ 등으로 평가하는 성적표가 사라진 것은 1997년 유 교육감이 초등학교 중간·기말고사를 폐지하면서부터. 당시 지금의 서술식 평가가 서울에서 먼저 시행된 뒤 1998년 전국으로 확산됐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다시 성적표가 부활될 경우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 당선자는 이와 함께 초중고교에서 학력평가를 실시하고 학교별 평가를 통해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평가 결과는 공개하지 않지만 학생 지도에 활용하도록 한다는 것.

공 당선자가 유 교육감과 특히 차별성을 갖는 부분은 자립형사립고를 도입하고 특수목적고를 확대한다는 것.

유 교육감은 자립형사립고 도입과 특목고 추가 건립에 강력히 반대해 뉴타운 내 특목고 설립 방침을 밝힌 서울시와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공 당선자는 서울지역에 자립형 사립고 1, 2곳을 시범 운영하고 특목고를 확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뉴타운 내 자립형사립고 및 특목고 설립 계획이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공 당선자는 또 학생들이 학교를 지원할 수 있는 공동학군을 확대하고 각 학교가 자체적으로 ‘0교시’ 수업과 자율학습 시행을 결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0교시 수업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금지한 사항으로 이를 시행할 경우 교육부와 마찰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공 당선자는 학원을 단속의 대상이 아니라 공교육 보완재로 삼아 학원연합회와 협의하는 등 사교육과 새로운 관계를 설정한다는 계획이어서 이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이 일 전망이다.

▽엇갈리는 반응=이 같은 공 당선자의 교육정책에 대해 일선 학교와 교육 관련 단체들은 29일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서울 대방초 이승원 교장은 “서술형 평가의 경우는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력 수준을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현재의 평가방식을 학교별로 다양하게 보완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서울 양재고 이준순 교감도 “학교의 재량권을 강화함으로써 교사들이 더욱 긴장해 책임감 있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반면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박인옥 사무처장은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등급형 평가가 부활된다면 학생들의 학업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 전교조 송원재 대변인은 “공부 잘하는 소수만 길러 내겠다는 교육 정책은 교사와 학부모의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뿐더러 교육·시민단체와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논란이 확산되자 29일 공 당선자는 “초등학교 성적표는 학업 수준을 쉽게 알 수 있도록 ‘탁월함, 보통’ 등의 말과 서술 평가를 함께 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며 “앞으로 교사와 학부모 교육·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해 심도 있게 검토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